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겠다는 해운법 개정안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개별기업의 가치 극대화보다는 그룹 오너의 사적이익 극대화에 활용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특히 한국에서는 기업집단 내의 거래를 회사법, 공정거래법, 세법 등을 동원해 강력하게 규제하고, 이를 위반할 때에는 임원의 손해배상책임과 형사처분까지도 감수하게 돼 있다.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기업 5개사만을 겨냥해 내부거래만 해야 한다는 `이상한`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개정법률안의 내용을 요약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기업 5개사는 그 회사가 소속된 기업집단의 물량만을 운송 또는 운송 주선을 해야 하며 이른바 `제3자 물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5개 물류기업이 너무 많은 물량을 독점 처리해 중소 해운사들이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집행이 가능하지 않아 코미디에 가깝다.

첫째, 위헌적 법률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기업이라는 이유로 화주의 거래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시장경제 논리에 위배한다. 5개 해운사만을 겨냥한 법률로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이들 기업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둘째, 공정거래법과 충돌한다. 공정거래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에 대해 대규모 내부거래는 공시하도록 하고, 기업집단에서 소위 일감몰아주기를 부당 내부거래와 별도로 금지하고 있다. 해운업의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내부거래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니 공정거래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개정안은 현행 공정거래법의 원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셋째, 세법에서도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초과하는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은 수혜법인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증여의제이익으로 보아 증여세 납부 의무를 진다. 이 규정에 따라 상당수 기업의 30% 이상은 계열사가 아닌 외부 업체와 거래해 왔다. 이제 와서 내부 계열회사와 100% 거래해야 한다는 모순을 저지른다.

넷째, 정부가 2008년 물류기업의 육성과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물류정책기본법에 도입한 `우수 종합물류서비스기업 인증제도`가 있다. 이들 5개 기업은 제3자 물류 매출 비중, 해외 투자 규모 등을 평가해 모두 인증평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우수기업의 중요 평가 요소였던 `제3자 물류`는 앞으로 아예 그만두라고 하니, `우수기업 인증제도` 자체가 엉터리라는 말인가?

다섯째, 개정안은 외국 물류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물류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잠식해 국익을 크게 훼손하게 된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6년 우리나라 물류성과지수는 세계 24위이다. 외국의 초대형 물류기업(DHL, DB Schenker 등)은 자유롭게 한국에서 활동하는 반면, 그나마 국제 경쟁력이 있는 국내 5개 기업에만 강력한 영업 제한을 가해 물류산업 국가 경쟁력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한국 해운업의 기반을 파괴할 것이 분명하다.

개정법률안이 추진되는 배경은 중소 해운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환경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방법이어서는 곤란하다.

중소기업도 특정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여 강소기업이 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아이디어와 정책이 필요한 것이지, 성공한 기업, 잘하는 기업을 벌주는 마이너스 정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7. 9. 13 [기고]
<원문>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615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