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중점 `슈퍼예산`, 꺼져가는 성장엔진

2018년 예산은 네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경상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슈퍼예산이다. 총지출 증가율이 금년의 3.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7.1%다. 중소기업취업지원, 공공일자리 확대, 복지지출 확대가 주된 원인이다. 7.1%의 높은 지출증가율은 예상되는 4.5% 내외의 내년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보다도 크게 높은 증가율이다. 이 정도로 높은 증가율의 지출을 충당하려면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거나 조세부담률을 크게 올리거나 재정적자가 늘어나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는 수입의 기초가 되는 성장률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인상 통상임금범위확대 근로시간단축 정년연장 성과연봉제폐지 등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폭증하는 임금인상요인에 규제증가 세금증가 등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들이 몰아치고 있어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세부담률도 금년의 19.3%에서 19.6%로 0.3%포인트 정도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관리재정수지적자/GDP 비율은 1.6%, 국가채무/GDP비율은 39.6%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재원조달계획은 확실치 않은 가운데 복지 중심 슈퍼 지출을 해도 재정은 건전할 것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낙관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로 복지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복지지출증가율은 12.9%로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34.1%에 도달하고 있다. 복지지출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줄이기 힘든 경직성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복지도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저출산 고령화로 현재 복지제도만 가지고도 복지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다. 반면 잠재성장률은 하락해 2030년에는 2% 안팎, 2040년에는 1%대 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결과 2030년 경에는 예산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 비중이 50% 수준에 도달해 공공행정 국방 등 경직성 지출비중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예산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어 우려가 크다.

셋째로 성장동력 위축소지가 적지 않다. 일자리 지원과 복지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지출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데 의무지출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재량지출을 축소하고 있다. 재량지출은 대부분 사회간접자본 산업 등 경제부문 투자인데 이 부분을 크게 축소하고 있다. 시회간접자본은 20% 대폭 삭감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인프라투자기금을 설치해 가면서까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사회간접자본투자를 확충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다. 중국 일본의 가운데 위치한 한국은 지리적으로 물류산업이 중요한 먹거리인데 그런 미래 먹거리에 대한 그림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부문 지출도 0.7% 삭감하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구개발은 0.9%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증가율의 연구개발비는 기업의 연구개발비세액공제 축소와 함께 국가의 연구개발 기반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성장동력 확충 없이 무슨 재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복지수요를 충당할 것인지 중장기적인 그림이 필요한 실정이다. 성장과 관련해 혁신성장을 주장하면서 혁신형창업공간 설치, 혁신도시 클러스터 조성, 국가보유데이터 개방 등 주목되는 정책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프리존 설치, 서비스산업규제 혁파, 모험자본 육성 등 혁신성장의 기반이 되는 그림은 보이지 않고 혁신과는 어울리지 않은 투융자복합금융, 사회적기업 지원 등 취약계층 지원대책도 포함하고 있어 혁신성장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민주화라는 이름 하에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시범도입하고 있다. 국민이 필요한 예산을 직접 제안하고 심사해 결정한다는 제도다. 여기서 국민이 누구인지, 대의민주주의와 국회예산심의권은 어떻게 되는지 등 또 다른 재정포퓰리즘으로 논란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개인 단체 등에 현금 현물 지원 등 단순 소득이전 사업은 예비타당성검토 대상에서도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밝혀 재정건정성 악화소지가 문제가 될 전망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디지털타임즈 2017. 9. 4 [시론]
<원문>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90402102351607002&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