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징역 5년 중형 선고…한국 경제·사법부 '치욕'

'묵시적 청탁' 결정적 물증 없음 반증…촛불·사회적 압력에 '법치' 흔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5년이란 중형이 선고되었다. 그동안 법정에서 나왔던 특검의 논리를 검토해 볼때, 법조계에선 물증이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법원의 판결이 중립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도 하였다. 모든 예측이 사실이 되었다.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부회장에 대해 물증없이, 사회적 압력으로 중형이 선고되었다.

이번 재판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가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므로, 실형선고에 대한 사회적 충격도 매우 클 것이다. 우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다. 사법부는 민주주의 구조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권력 배분의 한축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생명은 법치에 충실하는 것이다.

법리논리에 따라서, 행정부와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판단해야 소중한 존재가치를 지킬수 있으며 국민의 존경도 받는다. 탄핵으로 탄생한 새 정부와 여론이 사법부 판단의 기초자료가 될 때 사법부의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 민주주의는 촛불혁명을 통해 이루어지는게 아니고 삼권분립된 구조 하에서 각자가 스스로의 원칙에 충실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때, 민주주의 가치를 지킬수 있다.

우린 기업과 기업가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시장경제 구조도 불신하는 현 분위기에서 기업가에 대한 냉대와 불신은 이미 위험수준을 넘었다. 삼성같은 세계적 기업이 한국에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할 일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1960년대 창립시에는 수십명 종업원 뿐인 중소기업이었다. 한국이란 가난한 나라가 건국되고, 지금은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 강대국이 되듯이, 삼성전자도 중소기업에서 지금 세계 속의 대기업이 되었다.

기업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대기업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성공여부는 기업가에 의해 결정된다. 삼성전자가 지금 세계가 인정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할수 있었던 배경에는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 결단을 회장이 해냈기 때문이다.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결정은 누가 만들어준 합의체에 따른 결정이 아니고, 한 개인인 기업가로서의 고독한 결정이었다.

이런 결정 덕분에 우린 지금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 뒤에는 반드시 성공한 결정을 한 기업가가 있다. 우린 이런 기업가의 사회적 가치를 알지 못한다. 단지 회장이기 때문에 좋은 연봉과 처우 등만 생각하지, 이들의 순간적인 판단과 결정방향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선천적 유전자일수도 있고, 개인의 노력일수 있지만, 이런 판단을 소유한 기업가가 많이 나와야 그 국가경제는 발전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기업가로서의 자질은 검증되었다. 삼성전자가 보여준 성과를 보면, 물론 선친 때의 몫도 작동해겠지만, 이윤많이 내는 기업성과면 모든 것을 덮고, 성공적인 기업가로 판단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과 결정방향은 이미 개인만의 것이 아닌, 한국의 자산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종업원과 하청업체, 정부에 내는 법인세 등을 보면, 한 기업이 우리 사회전체에 주는 파급효과는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윤이 높을 뿐아니라, 우린 삼성전자로 인해 많은 경제적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의 중형의 선고는 한 개인을 감옥에 가두는 것일 뿐아니라, 더 심각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고, 창고에 처박아 두는 꼴이다.

국가경제가 성장하는데는 노동과 자본만 있다고 되는게 아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동물적 감각이 있어야 기업이 성공할수 있고, 국가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 미래를 보지 못하는 기업에는 단기간 이윤을 낼수 있어도, 절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삼성전자의 성장도 당분간은 가능하지만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한국의 자랑스러운 대기업이 서서히 무너지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란 말이 있다. 우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산인 기업가의 가치를 모르고 있고, 오히려 기업가를 멸시하는게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국가경제에서 기업과 기업가의 소중한 가치에 무지한 사회가 가는 길은 결국 경제퇴보임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우린 이런 역사적 교훈을 이해할 지적인 능력이 결여된 사회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먹어보고 똥인지 된장인지 국민들이 판단하는 길 뿐이다. 국민들이 먹어보고 진실을 아는 순간에 우리 경제는 이미 저만치 후진국으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출처 - 미디어펜 2017. 8. 26 [칼럼]
<원문> http://www.mediapen.com/news/view/295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