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高 3이 대입 정원보다 적은데… 퇴출된 부실대학은 10곳뿐

[오늘의 주제: 대학 구조조정 시급하다면서, 부실 대학 문 닫는 건 왜 어렵나]

교육부, 폐교 때 교원들 신분보장 무관심 학교 재산도 국고로 회수해 반발 불러
비리 엄벌하되 재단에 퇴로는 열어줘야

충원 못하는 대학, 강제 폐쇄하기보다 정보 공개해 학부모·학생 선택에 맡겨야
대학은 명문대 모방 벗어나는 개선 필요



교육부가 이달 초 서울시립대, 삼육대가 각각 제출한 '서남대 정상화 계획안'(인수안)을 반려한 데 이어 지난 21일엔 서남대 의대 신입생 모집을 금지했다. 학교 설립자의 교비 횡령 등 비위가 드러난 서남대에 대해 사실상 폐교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서남대가 폐교되면 2014년 벽성대가 부당학위 및 부당학점 부여 등으로 문을 닫은 지 3년 만에, 그리고 문재인 정부 첫해에 폐교되는 대학으로 기록된다. 2000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폐교 조치된 대학은 10곳이다. 학교 재산을 무단으로 처분하고 학생 성적 관리와 교수 채용에서 비리가 계속되더라도 부실 대학을 문 닫게 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부실 대학 퇴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이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 개혁' 조치로 대학 설립 기준이 완화돼 이후 10년간 대학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부실 대학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때였다. 노무현 정부는 부실 대학 퇴출 시 퇴출 대학 설립자에게 재산 귀속을 허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대학구조개혁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설립자에게 재산 귀속은 안 된다"는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부실 대학의 자진 해산 등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법인 해산 때 남은 재산 일부를 설립자 등에 귀속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제정하거나 기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 했지만 당시 야당 등의 반대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번번이 폐기됐다.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상정돼 있다. 여기에는 설립자의 최초 출연금에 물가 상승분을 더한 금액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설립자에게 재산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 10여년간 여야가 일부 재산 귀속 등 설립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법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2019년이면 신입생 수(50만6200여명)가 현 입학 정원(전문대 포함 50만7600여명)보다 적어질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부실 대학 퇴출은 시급하다. 따라서 여야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 국내 대학생 수는 특수대학까지 합하면 약 300만명으로, 총인구의 6%를 웃도는 수준이다.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2010년 75.4%에서 2016년 69.8%이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대학 진학률(약 35%)의 두 배에 가깝다. 25~34세의 총인구 중 대학교육을 이수한 비율도 한국(69%)이 OECD 평균(42%)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 대학의 상당수가 대학 교육의 질을 감안하면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제 구실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많은 돈을 들여 대학을 졸업해봐야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상도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상태다.

부실 대학의 정리를 위해선 학교 재산 처분 문제와 관련해, 퇴출 조치로 폐쇄되는 대학의 청산 종결 후 처분되지 않은 재산을 전액 국고에 귀속하는 현행법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재단 스스로 퇴진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둬야 퇴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법인의 비리나 범법 행위에 대해선 엄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폐교 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된다면 해당 법인은 정부의 폐교 조치에 완강히 저항할 것이며 그런 가운데 오랜 시간과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부실 대학을 정리할 때 해당 대학 학생과 교원의 재배치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는 폐교 대학 재학생의 편입학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나, 교원들의 신분 보장에 대해선 사실상 방치했다. 이는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는 조치다.

부실대학 퇴출에서 정치성은 배제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부실대학의 대부분은 사립대학이며 현행법상 대학의 폐쇄에 대한 결정은 교육부가 내린다 . 이러다보니 부실대학의 퇴출에 자칫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론적으로 사립대가 반사회적 행위를 하거나 범죄에 연루되지 않는 한, 정부가 사립대를 강제 폐쇄하기보다는 해당 대학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학부모와 학생 선택에 맡길 필요가 있다.

대학 체질 개선도 대학 구조 개혁의 중차대한 과제다. 부실 대학 퇴출은 매우 시급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다양화다. 부실 대학 몇 곳 퇴출한다고 대학의 질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학 스스로 근본적인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소수 명문대를 무작정 모

방하려 하기보다 각자 대학의 고유한 기능과 목적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해 학생들의 요구와 수준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야 한다. 하버드나 스탠퍼드처럼 지식 생산과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도 있고, 직업교육이나 성인교육에 집중하는 대학도 있어야 한다. 대학들이 교육 내실화에 집중해야 부실 대학이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7. 8. 23 [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2/20170822036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