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관련 회계법인 징계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몇년 전 국내 조선사들은 치열한 중국과의 선박수주경쟁에서 기술우위에 있는 해양플랜트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유가 급락으로 설계변경에 대한 추가대금 지급거절과 선박인수 지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그로 인해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실한 관리 하에 있던 대우조선은 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부실경영을 감추고 성과급을 받기 위해 조직적인 분식회계를 하였다. 그러다 교체된 새로운 경영진이 내부정보를 토대로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한 회계감사에 대한 금감원의 감리와 경영진, 회계담당자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따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법인에 대해 3월 이전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회계법인의 영업정지는 이로 인하여 발생할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회계법인의 영업정지는 관리부실로 정상적인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회계법인이 발행한 감사보고서에 대한 신뢰하락과 이로 인한 자본시장의 혼란, 더 나아가 회계법인 폐업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회계법인에 영업정지 징계를 내리려면 먼저 회계법인 차원의 조직적 개입 등 구조적인 문제로 그 회계법인이 수행한 많은 감사가 부실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또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어 정상적인 감사가 수행될 수 있다는 확신에 근거해야 한다.

회계법인의 구조적인 문제가 없고, 부실감사가 대우조선에 국한된 사안인 경우 관리책임을 물어 영업정지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징계다. 회계법인이 수행한 다른 감사들도 부실감사로 부당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감사의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없는 단순 부실감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회계법인은 없다. 따라서 단순 부실감사에 대해 영업정지 징계를 한다면 모든 회계법인은 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회계법인들이 이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감사의견 표명에 지나치게 보수적 행태를 취하게 되면 기업과의 마찰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아울러 회계산업의 안정성을 해치고 우수한 인력의 이탈로 회계산업의 황폐화를 초래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게 되고 자본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한 사회의 우려에 대해 단계적으로 조속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와 회계산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을 몰고 올 회계법인의 영업정지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금융당국의 최종적인 감리결과와 사법부의 판결을 고려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운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한진해운의 사례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회계산업에 발생하지 않기 위하여 회계법인의 영업정지에 대해서 신중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의 근본원인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사태는 산업은행의 관리부실로 경영부실이 축적된데다 예상하지 못한 유가하락으로 해양플랜트의 막대한 적자를 초래한 경영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를 감추기 위해 핵심 구성원이 가담한 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분식회계이고,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것이 부실감사이다.

결국 회계법인의 관리부실보다는 경영환경의 급변과 내부 공모에 의한 조직적인 분식이 근본 원인이다. 분식회계를 적발했다 해도 이미 발생한 대우조선의 경영실패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우조선의 부실감사에 대해 회계법인에 치명적인 영업정지는 경영실패의 원인 제공자에 비해 회계법인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종천 (숭실대 명예교수/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비즈 2017. 2. 22 [비즈발언대]
<원문>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1/20170221025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