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소통과 열린 소통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편집국장·보도국장과 2시간10분에 걸친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의 배경은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계파 공천과 대통령의 불통 때문에 여소야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통령은 여러 사회 계층과 협력하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소통이란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이다. 그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닫힌 소통과 열린 소통이다. 닫힌 소통이란 지도자가 자기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그것을 부하가 따르기를 강요하는 대화법이다. 반면 지도자와 부하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어떤 해결점을 찾아보려는 대화 방법은 열린 소통이다.

가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엿볼 기회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회의에서 말은 대통령이 다 하고 국무위원들은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고 수첩에 적기까지 한다. 국무위원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대통령의 의견을 반박하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대학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엘리트 집단인 대학의 학장회의에서도 학장들은 총장이 하는 말을 경청만 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토로했다가는 미운털이 박힌다. 반면, 미국의 국무회의를 보면 원탁에서 관련 장관과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서로 열띤 논쟁을 벌인다.

왜 한국 사회에서는 닫힌 소통만 할까? 그 첫째 원인은 한국의 권위주의에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총장, 사장, 아버지들은 모두 자신이 제일 똑똑하고 현명해 자신만이 훌륭한 해결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똑똑한 지도자가 수많은 부하보다 더 현명해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장시간의 갑론을박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이란, 말만 전하는 게 아니다. 감정을 전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소통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어느 제조 회사 사장이 불시에 공장을 방문했는데,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빈 자리가 많았다. 사장은 화가 났지만 참고, 시간대별 전력사용량을 도표로 만들고 전 직원을 강당에 집합시켰다. 사장은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 이후에도 전기사용량이 작업 시간대만큼 늘지 않았다면서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아는 직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 한 직원이 손을 들고 말했다. “커피 마시느라고 식당에서 시간을 오래 끄는데, 커피 자판기를 공장 안에 몇 대 설치하면 좋을 것입니다.” 사장이 보기에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사장은 “회사 돈으로 자판기를 공장에 설치하겠습니다. 많이 애용해 주세요. 이제 일하러 갑시다” 하고 회의를 끝마쳤다. 이것이 열린 소통이고 감정의 전달이고 협의다. 만일 사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자판기를 공장 안에 설치하니 그걸 이용하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직원들은 결사 반대했을 것이다.

그간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소임을 훌륭히 수행했다. 경제 외교, 안보 외교를 위해 사흘이 멀다 하고 외국에 나가 몸살이 나기도 했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과감하게 철수하고 미·중·러와 합작해 북한의 대외무역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대통령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하고 지탄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있고 청렴결백하고 현명하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안다. 박 대통령이 열린 소통을 하고 공감의 대화를 한다면 국민과 정당은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훈구 (前 연세대 교수·사회심리학/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6. 4. 27 [오피니언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427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