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기업 空洞化 가속 - 안종범
	2004-02-26
기업 空洞化 가속 우리나라 산업공동화가 기업공동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는 4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는 반면, 기업의 해외이전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3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 대한 투자액은 40억5000만달러로 2002년에 비해 48.9%나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3년 9월 실시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기업 중 37.9%가 이미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했거나 이전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최근에는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기능 등 기술집약적인 부문으로까지 해외이전이 확대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 전체가 해외로 옮겨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에 남아 있을 제조업이 조만간 얼마 안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공동화에 대해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대책이라는 것들이 주로 산업구조를 굴뚝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 2002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업의 비중은 55%로, 미국의 74.4%, 일본의 66.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소비, 향락 등 비생산적 서비스업의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반면, 컨설팅, 유통 물류 등 생산적 서비스업의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을 그만두고 서비스업만 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컨설팅과 유통, 물류 등 생산적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 역시 성장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제조업의 성장을 통해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고, 서비스업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도록 해야만 한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10대 성장동력산업 선정’과 ‘산업구조조정특별법 제정’도 또한 문제가 있다. 첫번째 문제는 이 같은 정부정책이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핵심산업을 선정해서 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에나 유용했던 정책이다. 지금은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있는 분야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 두번째 문제는 경제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산업구조조정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저절로 국내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이 없어서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기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예측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정부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지난 1년간을 살펴보면 금리인하, 법인세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접대비 사용한도 등 각종 경제정책의 기조가 급변하거나 후퇴 또는 번복되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더구나 총선을 앞둔 현시점에서는 경제가 정치에 묻혀 버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다. 결국 떠나는 기업을 잡기는커녕 더 빠르게 해외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최선의 산업공동화 대책은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에 짙게 깔린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정치보다 경제에 ‘올인’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경제를 못 살리면 총선에서 이긴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데 말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2.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