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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1년’ 왜 낙제했나 - 윤종빈
2004-02-24
‘盧정부 1년’ 왜 낙제했나 최근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을 돌이켜보면 실망이 크다. 특히 출범 초기에 최우선 과제로 강조됐던 정치 분야의 개혁은 낮은 성과에 많은 비판과 우려를 낳고 있다. 참여정부의 정치 분야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남은 4년 임기를 위한 비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노 대통령의 안정적 리더십 회복이 절실하다. 그동안 잦은 말 실수로 대통령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켰다. 또한, 재신임·사퇴·정계은퇴 등의 극단적 태도로 대통령 직위의 권위를 위태롭게 했다. 과거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타파하는 ‘탈권위주의’가 대통령제 아래의 대통령직 자체의 권위와 공권력을 실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최고 국정 운영자로서 국민들에게 불확실성이 아닌 안정감과 책임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책임정치의 복구가 필요하다. 대통령 평가와 열린우리당 지지가 상반되게 나타나는 바와 같이 그동안 국정 운영의 책임이 대통령과 청와대에만 전가됐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입당을 ‘정치적’ 이유로 유보하여 당정협의에 의한 정책 조율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당·정 협의의 부재로 귀결되는 것은 현대 정당정치의 책임 정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셋째, ‘코드인사’보다 시스템인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직접 경험하여 인연을 맺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있는 직책을 맡기려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코드인사는 이분법적 사고로 ‘동지’가 아닌 ‘적’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으려는 편협성을 자초한다. 출범 초기에 강조됐던 인터넷과 공개적 방법에 의한 시스템인사를 다시 복구해야 한다. 총선용 징발과 총선용 충원이 아니라면 공약한 바와 같이 앞으로 내각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넷째, 사회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화물연대의 파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문, 새만금사업 중단 여부 등의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각종 이익집단들의 이해관계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다. 갈등 해결의 과정에서 투쟁적인 소수의 이익을 침묵하는 다수의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하고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초래한다. 이제는 과도한 참여를 조절하기 위한 ‘책무성(accountabilty)’을 강조해야 할 시점이다. 다섯째, 국회와 협력의 관계로 복원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권 출범 초기에 잠시 보여주었던, 국회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당이 장악하고 있다고 국회를 포기하는 것은 극한 대립만을 초래하게 된다. 여소야대의 상황이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회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국회보다 훨씬 많은 입법을 하는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고 수많은 정부 요직의 임명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분권이 통치권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하여 국민에 대한 ‘책무감’을 공유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 정치를 소모적인 정치적 공방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동안 여야간의 정치적 공방은 우리 정치의 생산성을 송두리째 빼앗았고 국정 운영 마비의 주범이 돼 왔다. 정치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참여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정치 관계법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교안보정책에 있어서 ‘자주-동맹’의 이분법적 논리가 남남갈등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자주외교와 한미동맹 사이의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이라크 추가 파병, 주한 미군 재배치, 북한 핵문제 등에서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자주적 태도와 한미동맹의 유지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참여정부는 많은 희생을 치르고 신당을 창당했지만, 정치 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라는 창당의 명분을 가시적인 성과로 보여주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정치개혁을 보다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권한과 책무감을 공유해야 한다. 어려운 경기에 국민들이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극단적인 투쟁의 정치보다는 안정적 상생의 정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2. 24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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