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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부실부터 해결을 - 김병주
	2004-02-19
카드부실부터 해결을 LG·삼성카드 문제부터 … 새 경제팀 성패 가를듯 지난 정부가 내수(內需)진작책의 일환으로 독려했던 신용카드 장려 조치,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한도 상향 내지는 철폐, 사용자의 도덕적 해이 등의 합작으로 400만명 이상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다. 그 때문에 카드사들이 만기(滿期)도래 채권 막기에 자금이 달려 쩔쩔매는 형국이다. 특히 LG카드가 문제이고 삼성카드도 난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룹 관련사들이 출자하고, 은행들이 자금 지원을 해줬어도 그렇다. 새 경제팀의 급선무가 바로 신용카드 문제다. 은행계 등 군소 카드사들도 형편은 비슷하다. 국내 경기는 침체에 빠져 있고, 신용 불량자들은 알게 모르게 연계해 카드 빚 안 갚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 다행히 작년 말부터 신한, 현대 등 일부 카드사들이 분기별 또는 월별 기준으로 흑자를 올렸고, 다른 일부 카드사들도 올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먹구름 틈새로 잠시 비치는 햇살일 뿐, LG카드와 삼성카드 문제의 해결 없이 먹구름 천둥을 잠재울 수는 없다. 더구나 요즘 회사채 발행이 거의 중단된 채 자금시장 경색은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 당국은 카드사 문제로 가슴앓이 통증이 클 것이다. 이러자니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의 화살이 따갑고, 저러자니 앞으로 줄이어 돌아오는 거액의 카드채 중압에 눌려 금융시장이 파탄날까 두려운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첫째, 과거지사는 되돌릴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느긋한 입장에서 보면 시장원리대로 LG카드는 파산시켰어야 한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은 누구라도 쓸 수 있다. 이미 LG카드는 산업은행에 억지 춘향 격으로 떠안긴 바에야 그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삭여 나갈 수밖에 없다. 헌 쪽박을 깨고 싶지만 새 쪽박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어려운 문제는 각개격파 작전으로 돌파해야 한다. 가령 수신 기능이 없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카드의 경우 계열사 출자와 함께 보험사를 통해 수조원 규모의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시에 돈이 왕창 나가는 것이 아니고, 신용한도만 잡아줘 시장신뢰를 회복하자는 얘기다. 이것도 계열사의 지배구조에 비추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까다로운 부대조건까지 붙인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이 정도 그룹 차원의 자구노력이라면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쪽이 안정되면 골칫거리인 LG카드 문제의 중압도 그만큼 완화될 것이다. NGO들의 주장처럼 재벌 그룹의 신용카드 영업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과거에 기존 카드사를 인수한 결과이므로, 장기적 연구과제로나 검토할 문제이다. 어려울수록 문제를 장기적으로 보아야 한다. 올해 미국은 연방준비은행(FRB)의 예측처럼 5%대의 경제성장을 넘보는 등 세계 경제는 호전되고 국내 경기도 작년보다 나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계부채 연체율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음 직하다. 특히 금기(禁忌)사항은 총선을 앞두고 ‘화끈한’ 조치를 조급하게 발표하는 일이다. 이 경우 카드채 문제의 해결은 물 건너가고 한국 금융산업 발전은 20~30년 후퇴할 것이다. 새 경제팀에는 일자리 창출 등 할 일이 태산 같을 것이다. 태산을 넘는 첫 고개가 바로 신용카드사 문제를 신속하게 탄탄하게 정리하는 길이다. 새 경제팀의 성패는 여기서 판가름 날 듯싶다. 김병주 (서강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4. 2.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