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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 조동근
	2004-02-13
	[자료집]20대총선교육공약평가.pdf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개인의 행복 추구는 ‘일자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일자리 제공은 ‘최선의 복지’이기도 하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요즘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예절강사, 문화재 설명 요원, 기타 공무원 등 8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민간부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상근 근로자 1명을 신규 채용할 때마다 3년간 100만원씩 세금 공제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사회협약’이 만들어졌다.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경제지도자회의’ 구상도 등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또 다른 ‘올인(all-in)’이 아닐 수 없다. 고용 창출은 결코 올인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만약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정치적 목적을 드러낸 것이다. 우선, 정부가 작심하기만 하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실업 문제를 잠시 가릴 수 있는 임시 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부문의 고용 촉진도 마찬가지다. 1인당 100만원의 세금을 줄여줄 경우 38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겨우 38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3800억원의 예산으로 38만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마술(magic)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실업 대책에 쏟아부은 2조2000억원의 혈세가 무색해진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협약’은 노사간에 고통 분담을 위한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임금 인상 자제와 고용 조정 최소화의 합의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며, 과거 경제살리기 ‘노사정 대타협’을 돌이켜보면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유럽식 조합주의 전통이 결여된 한국적 상황에서, 사회협약은 정부의 개입과 노동시장의 정치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고용은 개별 기업 경제 활동의 결과로서의 ‘사후적’ 총화(總和) 개념이기 때문에 ‘사전적 의미’의 사회협약은 진정한 실업 대책이 되기 어렵다. 일자리는 ‘시장’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정부가 계획하고 노사가 합의해서 일자리를 찍어 낼 수 있는 듯한 어감을 주는 ‘일자리 만들기’는 발상부터 바뀌어야 한다. 여기서 왜 실업문제가 불거졌는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작년에 우리 기업이 중국에 만든 일자리가 100만개나 된다고 한다. 중국의 인건비를 한국의 10분의 1로 계산할 때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 기업이 왜 떠나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영국 윈야드 전자레인지 공장을 폐쇄하자, “425명의 일자리가 사라져 유감이며, 노동자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숙련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한 토니 블레어 총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자리를 만들기 이전에 ‘알짜배기 일자리’의 감소를 막는 것이 실업 대책의 근본이 돼야 한다. 고용은 전형적인 ‘파생 수요’이다. 즉, 기업의 사업 계획이 확정되고 투자가 결정돼야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기업은 불확실성이 최소화될 때 투자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기업은 해고가 자유로울 때 신규 인력을 충원하며, 이익을 내야만 비로소 투자도 하고 필요 인력도 채용한다. 결국 지금의 실업은 지난해의 낮은 경제성장률에 기인한 것이다. 정부의 책무는 일자리 제공이 아니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제도적·정책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 활력 제고로 집약된다. 최근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케리의 “해외로 일자리를 옮기는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회수해야 한다”고 한 경고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법제(法制)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 증진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따라서 ‘올인’ 식의 일자리 창출 시도는 자제돼야 한다. 진정한 실업 대책은 기업 활력이 저상되지 않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미래의 성장 동력을 배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경제제도연구센터 소장) 출처 - 문화일보 2004. 2.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