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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공백은 이제 그만 - 석종현
	2004-01-12
국정공백은 이제 그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총선정국에 돌입하면서 국정공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이 “공정하고 엄격한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으며,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 민생안정을 이루는 데 정성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신년사를 잘 기억하고 있다. 국정 운영에서 경제·민생에 우선을 두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대통령의 책무에 속한다는 점도 국민은 알고 있다. 그러하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경제·민생 챙기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하며, 이를 위해 400만 신용불량자 문제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등을 해결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경제·민생 챙기기가 아무래도 구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10월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검찰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기업이 의욕을 상실해 기업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대기업 신규채용이 연기됨으로써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계속되는 대선비자금 정국이 경제가 고사시키고 있으나, 총선정국에 접어든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생이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대통령마저 민생 챙기기를 강조한 신년사와는 달리 총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번 총선에 출마가 예상되는 청와대 출신 비서관들과의 모임에서 나온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것”이라는 발언과 “열린우리당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도대체 뭘 하면 안 되는지 (선관위에) 묻고 싶다”는 발언이 그 예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제17대 총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올 4월 총선과 관련하여 재신임을 묻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해 속내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서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노 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4·15 총선과 연계하려는 불온한 음모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고 까지 경고하였다. 최근 정부는 2월 하순까지 공기업 임원 대폭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데 이 또한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여권 인사가 공기업 임원에 취임하게 될 경우 임직원들이 친여성향으로 투표에 임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도 나오게 된다. 여기에는 상반기 중 임기가 끝나는 사장들도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노 정권 출범 초기에 밝힌 공기업 임원의 임기보장원칙을 사실상 철회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7일 정부는 불과 9개월 만에 경찰 고위직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총선을 불과 3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경찰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총선에서 어느 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느냐의 문제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의 결과일 따름이다. 따라서 그로 인해 민생과 경제문제가 도외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모두 총선 승리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국정은 공백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국민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은 정치권이 만들어 낸 대선자금정국,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 정국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이 총선에만 관심을 둔다면 그것이 경제와 민생에 끼칠 치명적인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국정 운영의 마비와 경제 파탄 등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대통령과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경제여건과 민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이래도 정치권이 총선정국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석종현 (단국대 법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4. 1.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