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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물갈이 되려면 - 김민전
	2004-01-05
진정한 물갈이 되려면 새해를 맞아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현역의원을 찍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국민의 6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민심의 향방 때문인지 각 정당의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 물갈이 공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정당민주화의 핵심 과제인 상향식 공천과 물갈이 공천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물갈이 공천이나 상향식 공천 모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세력을 낳아 당을 갈등과 내분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결국 올 4월 실시되는 17대 총선의 승리는 일견 이율배반적일 수 있는 국민적 요구이자 역사적 과제인 물갈이와 상향식 공천을 어느 정당이 무리 없이 조화시키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우리 정당들은 그 어느 나라의 정당보다도 잦은 물갈이를 해 왔다. 장기집권을 한 박정희 대통령은 물론이고, 40여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3김은 자신들의 장기지배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새 피를 수혈했다. 국민들 역시 선거 때마다 ‘새 피’에 정치적 희망을 걸곤 했다. 그러나 공천권을 당 총재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 피, 헌 피 할 것 없이 모두 다음 선거에서 다시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총재의 충성스러운 거수기가 되었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였다. 우리의 정치사는 공천권의 민주화 없이는 어떤 피를 수혈하여도 민의가 아니라 당 총재의 의중을 대변하는 거수기만을 양산하게 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으로 대변되는 공천권의 민주화에도 함정은 있다. 지구당이 민주화되어 있지 않거나 진정한 의미의 당원이 존재하지 않으면, 상향식 공천은 물갈이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 지구당 위원장의 사조직과 마찬가지인 지구당은 비리나 부패의 혐의가 있어도 현 지구당위원장을 계속 후보로 선출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역감정 등으로 말미암아 절대 우세인 지역에서는 평생의원을 보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정당 전체의 이미지가 훼손되어 다른 지역에서는 당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엉터리 후보들이 대거 출마, 당의 정신과 이미지를 훼손하여 공천을 받은 후보의 본선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물갈이와 상향식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중앙당의 일정 정도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현역 의원이라 할지라도 부패와 비리의 혐의가 있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다수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공천 희망자는 중앙당 차원에서 과감히 경선자격을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지구당의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앙당은 감시감독 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현재와 같이 신진 정치인들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두고 상향식 공천을 하면 현역 의원들이 백전백승할 수밖에 없다. 각 당의 지도부가 상향식을 통한 물갈이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스스로의 손으로 물갈이를 할 수 있도록 정치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치관계법의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 / 시민회의 여성포럼 정책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4. 1. 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