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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자율·경쟁의 교육정책을 - 권대봉
2004-01-02
선택·자율·경쟁의 교육정책을 국민의 관심사이며 국가의 미래 기회를 창출할 핵심 기능이다. 신임 교육부총리는 “교육은 그 동안 희망과 용기의 원천이 아닌 좌절과 실망의 씨앗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교육부는 작년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초등학교에서 중·고교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아져, 고교 1학년의 경우 10명 가운데 1명꼴로 기초학력이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교육 경쟁력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교육부총리가 “앞으로는 희망을 안겨주는 교육행정을 펴는 한편 견실한 대중교육 및 공교육 기반 위에 경쟁력 있는 엘리트 교육도 제 빛을 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 교육부 직원들은 불철주야로 열심히 일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은 밝지 않다. 그 이유는 정책의 토대가 되는 원칙이 제대로 설정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총리가 아래의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펴주기를 주문한다. 첫째, 선택의 자유를 주자.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려면 공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려면 학생에게는 학교 선택의 자유를 주고, 학교에는 학생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평준화된 고등학교, 특정 종교학교, 특목고, 특성화된 실업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대안학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평준화된 고등학교 안에서도 과목별·수준별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기숙형 학교를 선호하거나 엘리트 교육을 받고 싶은 학생에게는 그러한 학교를 제공하고 그들이 선택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 선택의 자유를 주려면 국민들의 서로 다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교육 체제가 변화해야 된다. 국공립과 사립의 역할 분담으로 선택의 자유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도 대안 가운데 하나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국민에게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학교를 선택할 자유를 주고, 독창성을 중시하는 국민에게는 특별한 건학 이념에 의해 설립된 사립 학교를 선택할 자유를 주는 방안이다. 둘째, 자율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학교가 변화해야 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 학교가 변화하려면 타율로는 한계가 있다. 어떤 학교든 자율을 주고, 선택은 교육 소비 주체에게 맡기며, 정부는 학교의 책무성을 감독하면 될 것이다. 대학 입시의 경우, 국가가 꼭 수능을 관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대학입시 문제를 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일임하면 될 것을 정부가 매년 수능 때문에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현행 수능 제도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수능 문제로 교육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수능 점수로 여러 가지 유형의 전국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이 서열화되는 것은 전형적인 타율적 교육정책의 결과다. 고등학교는 수능 점수에 따라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하기 때문에 특별한 직업 진로 탐색 교육을 하지 않는다. 점수에 따라 대학과 전공을 배정당한 학생들은 결과적으로 청년 실업으로 연결되고 만다. 이런 현상 때문에 한국의 대학들이 지식기반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특성화되지 못하고 실업자를 양산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셋째, 학교간 경쟁이 필요하다. 학교가 서로 경쟁해야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학교가 부실한 상태에서 학생 개인간의 경쟁으로 방치하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에 의해 자녀의 미래가 결정돼 사회 계층의 재생산이 고착될 위험이 있다. 학교가 살아나면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타파될 수 있다. 한국의 교육시장을 넘보는 교육 선진국들은 학교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선진국들은 교육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여 외국의 교육시장을 넘보는 데 비해, 그 동안 한국 교육계는 낡은 이념 논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문의 국제 거래를 위한 국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전자 학습을 포함한 타국의 교육시장 개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국제 교육의 품질인증센터’를 구축하여 활동을 펼치는 외국의 학교도 있다. 교육 개방 시대를 맞아 이제 한국 교육도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총리가 선택·자율·경쟁의 원칙을 담은 교육정책을 펴기를 기대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 시민회의 교육포럼 회장) 출처 - 문화일보 2003. 12. 25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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