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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왜 하는가 - 김석준
	2003-12-26
정치는 왜 하는가 연말을 맞는 국민들의 마음은 허탈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1주년 기념 ‘노사모’ 집회에서 한 시민혁명 발언이 사전선거운동 시비를 불렀다. 노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각 당의 당리당략은 정치개혁을 표류시키고 있다.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파격적인 수사도 제동이 걸려 있는 인상이고, 노 대통령과 야당 간의 운명을 건 정쟁에 휩쓸리면서 검찰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과정에 애꿎은 기업들도 제물로 올려져 결국 죄 없는 국민들과 젊은이들의 일터를 허물고 있다. 2000년 이후 매년 40만개씩 일자리가 창출되어도 민생이 어려웠는데, 금년에는 반대로 4만개의 일자리가 감소되었으나 그 고통을 말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 여파가 ‘사오정’ ‘삼팔선’ 등의 용어를 나오게 만들었다. 모든 세대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은 내년 4월 총선에 ‘올인’하느라 민생과 경제에는 말만 무성할 뿐 책임지는 행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는 왜 하는가. 대통령이 왜 필요한가. 국회나 정당이 민생에 무슨 도움을 주는가. 국민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의 존재 자체를 회의한다. 특정 집단인 ‘노사모의 시민혁명’ 대신 전 국민의 광범위한 저항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과 국회, 정당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부안사태와 대규모 과격시위가 예사롭지 않다. 먼저 노 대통령이 정쟁 중단에 앞장서고 정치 승부사가 아닌 바른 국가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권력 기반을 축소시키는 ‘뺄셈정치’ 대신 포용의 ‘덧셈정치’를 해야 한다. 진정 열린 마음으로 협조를 구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과 집단은 노 대통령에 대한 선호 여부를 떠나 나라를 위해서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패산 터널에 대한 불교계의 협조, 이라크 파병에 대한 야권의 협력, 민생경제에 대한 재계의 태도 등이 증거들이다. 대통령이 자신감을 가지고 국민통합에 나서고, 여야 정쟁 중단에 앞장서라. 조속히 사정정국을 민생정국으로 전환시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4월 총선까지 검찰이 주도하는 부패정치인 솎아내기와 부패기업 청산에 주력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이다. 4월 총선에 ‘올인’하면 비록 총선에 이기더라도 남은 4년 임기 동안 국가위기를 수습하기 어려워진다. 부패정치인 청산은 검찰과 정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안정된 기업경영 환경 조성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나서야 한다. 비리 기업인을 죄질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를 무시하기 어려우나, 기업은 기소유예를 해서라도 경제살리기에 앞장서도록 하는 것이 난국을 벗어나는 국가 리더십의 요체일 것이다. 대신 ‘4류 정치’가 ‘2류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을 막아주고 모두 ‘일류’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정당은 4월 총선을 국가위기 극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정치를 향한 과감한 제도개혁을 바탕으로 각 정당이 참신하고 도덕적인 유능한 인사를 내세워 국민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경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당당하게 이념과 정책, 인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생산적인 정치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와 같은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향상과 민생경제 살리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인물을 두고 경쟁토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이 나서서 ‘4류정치’의 정쟁을 중단시키고 경제살리기를 통해 ‘1류국가’로 도약할 계기를 만들 때이다. 김석준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3. 12.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