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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방지법 통과 서둘러라 - 김경민
	2003-12-16
테러방지법 통과 서둘러라 후세인이 체포되고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확정지음으로써 한국도 테러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휴전선을 맞대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알카에다가 아니라도 북한으로부터의 테러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는 상태다. 아웅산 테러로 대표되는 북한의 테러 위협은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구호만 멀쩡했지, 수 없는 안전사고를 통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도 우리의 모습이다. 대구지하철 참사라든가 쇄빙선이 없는 남극 세종기지의 사고 등은 미리 대비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사건들이다. 꼭 일이 터지고 나서 뒷막음을 하는 안전불감증 내지는 안보불감증이 우리 사회의 브랜드라도 되는 것처럼,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연일 일어나고 있다. 테러 위협에 대한 불안감이 육감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이 2년 넘도록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제 테러는 어느 특정 국가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은밀하고 신속한 국제협력이 절실하다. 테러방지법 제정이 시간을 길게 끌고 있는 핵심적 이유는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꼭 국정원이 돼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대테러 업무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측은 안기부 시절에 있었던 심한 인권 침해의 사례들을 떠올리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이 이 업무를 맡으면 또 다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국정원에 대한 불신이다. 반면, 국정원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반테러 행정의 기획과 업무 조정을 맡기자는 측의 의견은 국정원이 정보 업무를 줄곧 담당해 왔기 때문에 국정원이 대테러 임무를 관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얼굴도 전선도 없는 테러 행위는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첩보 수집 및 확인, 그리고 추적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업무에 능한 국정원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테러 업무에 종사하는 기관이 17개나 되는 만큼 테러 방지를 위해서는 이 기관들을 통합,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테러 예방을 위한 사전 정보 획득을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에 창구의 단일화를 위해서라도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또한, 테러 발생시 신속한 대응으로 부상자의 후송과 연쇄 테러에 대한 경계, 그리고 치안 유지 등 일사불란(一絲不亂)한 지휘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대테러 업무가 여러 기관에 분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테러 업무는 일반 재해와 같이 공개성을 띠지 못하는 특수한 성격도 있다. 그런 만큼 이 부분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정부 조직이 임무를 관장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통합 기관이 탄생하든지 간에 비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인권유린 등의 문제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반면에 테러 행위는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정보 협력과 조사, 그리고 추적도 노출될 때까지는 매우 은밀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인정하면서 테러대책종합센터를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 파병 등으로 인해 한국민에 대한 테러 공격의 가능성이 짙어진 만큼 정부와 국회는 여론을 수렴하여 테러 방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국정원에 맡길 경우, 지난날 군사정권 아래에서 있었던 수지 김 사건 등과 같은 심각한 인권유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수정안이 마련돼 있는 만큼 좀더 신중하게 검토, 보완하여 최종안을 마련하면 된다. 반면,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면 또 하나의 행정조직 탄생에 따른 비효율적 요소들을 줄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전 총리는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을 돕는 나라들을 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을 한다면 한국민에 대한 테러 공격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그의 경고를 귀담아 들으면서 하루속히 테러 방지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12.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