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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희망이 필요하다 - 김석준
	2003-12-12
우리에겐 희망이 필요하다 추악한 정쟁이 나라를 무너뜨리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가 본격적인 사정 정국을 불러오면서 정치 개혁에 대한 희미한 기대를 가졌던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는 헌법재판소의 실질적인 위헌 심판에 막혀 길을 잃어 헤매고,대통령 측근 비리 관련 특검은 국회 의결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거쳐 국회의 절대 다수의 지지로 다시 추진되면서 대통령과 국회,여야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야 3당이 주도한 국회의 특검 재의결에 맞서려는 듯한 검찰의 야당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는 나라를 더욱 어지럽게 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희망은 보이지 않고 과거의 못된 망령들만이 기승을 부린다. 근신해야 할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후안무치한 태도다. 눈앞이 캄캄해 머리를 숙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잊혀진 지 오래다. 국민에게 사과했던 여야 정치인들도 근신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은퇴한 야당 대통령 후보까지 정치권에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정치권만 추악한 정쟁의 당사자로 만든 것이 아니다. 국민을 먹여 살릴 재계까지 진흙탕에 끌어들여 국가 경제를 뿌리째 뒤흔든다. 각종 위협이 새해 경영전략 수립과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막아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지만 누구 하나 챙기는 책임자가 없다. 경기 침체와 일자리 상실을 염려하는 국가경영자도 없다. 20대 청년실업을 필두로 ‘38선,45정,56도’로 모든 세대가 온전하지 않지만 인기 영합과 선동에만 치중한다. 부안 핵폐기장 건설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행정수도 이전이 지역이기주의와 당리당략 차원을 넘지 못한다. 이라크 파병과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가 정책은 표류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사심 없이 국책사업을 밀고 간 장관들의 성적은 낮고 인기를 관리한 사람들은 성적이 후하다. 대통령과 정부 및 정치권 모두가 눈치만 보느라 소신을 잃은 지 오래다. 노 대통령과 여·야당 모두 인기에만 연연한다.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대통령은 부재 중이다. 강력한 언론과 야당을 탓할 뿐 무엇 하나 결단하는 일이 없다. 오로지 정쟁의 승부사일 뿐이다. 국익과 사익을 혼동하고 정쟁과 국가 경영을 구별할 줄 모르는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 끌려가는 피지도자다. 여야 정치권의 추악상도 볼 만하다. 모두가 자신의 작은 이해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진정한 정치 개혁과는 거리가 멀고 과거 행적이나 속마음은 아니면서도 정치 개혁을 부르짖는다. 지금부터라도 추악한 정쟁에서 나라를 구하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국가 경영으로 나라를 살릴 때다. 검찰과 특검은 부정부패와 정치 비리를 척결하되 전문성과 과학성에 따라 조용히 추진하라. 노 대통령과 이회창 전 후보도 국민 앞에 대선자금 전모를 소상히 밝히고 고해성사하라. 검찰도 두 대선 후보 진영의 정치자금에 대해 객관성과 형평성을 엄격히 유지하면서 정치자금의 개인 유용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야당 후보에게만 집중한 수사는 공정성에 문제가 크고 정치검찰 시비의 여지를 남긴다. 미진할 경우 국회는 다시 여야 대선 후보 모두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여 검찰 수사의 신뢰를 담보하고 여야 모두 대선자금의 멍에를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혹시라도 큰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기면 노 대통령일지라도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과거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제 아름다운 국가 경영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노 대통령은 정쟁에서 벗어나 국가경영 일선에 나서라. 이라크 파병,재신임,FTA,부안 핵폐기장 건설 등 모든 주요 국가정책과 국책사업 현장에 적극 나서서 국정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라. 더 이상 코드나 인기에 연연하지 말라. 다시 대통령에 재선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소수 권력을 포퓰리즘으로 극복하겠다는 꿈을 버려라. 지금은 열린우리당에 가입하기에도 너무 늦었고 잃는 것이 더 많다. 대신 초당적인 입장에서 정치 개혁과 아름다운 국가경영에 앞장서라. 미래를 향한 국가경영의 정책들을 펴가라. 진정한 소득 2만달러와 동북아 중심 국가 경영전략을 펼쳐라. 이를 위해 대폭적인 시스템 개편과 인적 쇄신을 단행하라. 동시에 야당과 언론 및 시민단체도 나라의 어젠다를 과거 지향에서 미래 지향으로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여야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아름다운 국가경영을 향한 경쟁으로 삼을 때 무너져 내리는 나라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름다운 미래와 희망이 필요하다. 김석준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국민일보 2003.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