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국민 보살피는 정치 펴라 - 윤종빈
	2003-12-01
국민 보살피는 정치 펴라 최근 특검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한나라당이 상정한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이 재적의원 3분의2가 넘는 동의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응하여 한나라당은 재의(再議)는 고려하지 않고 등원 거부와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어느 하나도 순리(順理)에 맞는 것이 없고 비상식적이다. 왜 국민들은 그들의 도박에 볼모로 잡혀야 하는가.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낱낱이 파헤쳐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특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결실을 보기도 전에 특검법을 상정한 이유는 대선자금 정국의 확대로 당이 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략적 계산 때문이기에 비난받아야 한다. 대선자금 수사를 조기에 총선과 단절시키기 위한 수비용 공격이다. 정당성이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특검법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회의 재의를 요청했다. 한나라당의 비상식적인 공세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극단적 행동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국정을 포기한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태도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 의혹만으로 재신임 국민투표까지 결심했던 노 대통령이 국정 안정이란 큰 뜻을 위해 측근 비리 특검 정도야 쉽게 수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측근의 슬픔과 국민의 고통을 맞바꾼 꼴이 됐다. 특검 정국의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이 단식정국으로 또 다시 순리(順理)에 역행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한다고 비난해 왔던 한나라당이 이제는 스스로가 국회를 경시하며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소속 의원들은 사퇴서를 제출, 의정 활동을 중단하고 대표와 사무총장은 동반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은 단식투쟁 소식을 접하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왜 단식투쟁이 필요한 것일까. 어떤 권위적 압제에 항거해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것인가. 국정 운영 정상화를 위한 국회 파행은 명분이 약하다. 더욱이 국민을 볼모로 삼고,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할 만큼의 가치는 없다. 법을 만드는 국민의 대표자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법적 절차는 무시한 채 단식투쟁과 의원직 사퇴라는 수단을 동원한다면 부안 주민, 청계천 노점상인, 강제 철거민들의 물리력 행사에 대한 공권력 동원은 어떻게 법적 권위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결위 종합심사가 중단됐고 16대 국회에서 벌써 세 번째로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되었다. 또한, 2년 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선거구간 인구 비율과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이 정치개혁특위에서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 예견된다. 나라 살림과 정치개혁의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개혁을 외치던 한나라당 소장 의원들의 침묵이다. 그들에게는 동반 단식투쟁이 정상적인 행태로 보이는가. 사무총장은 단식투쟁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한 젊은 의원을 해당행위로 몰아세웠다. 내부 비판을 참지 못하는 한나라당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나라당이 특검법 재의가 부결될 것이 두려워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국민을 볼모로 한 총선을 위한 국면 전환용 ‘정치쇼’는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경험 삼아 단식투쟁을 계속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국회의 발목은 놓아주길 바란다. 정치권은 국회 정상화와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4당 총무회담, 4당 대표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고 성실하게 임하기 바란다. 한나라당은 선 특검법 거부철회라는 억지 주장은 그만두고 조건없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불법파업으로만 몰지 말고 거부권 행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와 함께 다시 한 번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정치권이 서로를 상대로 한 그들만의 정쟁을 포기하고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펼치는 것이 언제쯤일까. 순리와 상식이 통하는 정치가 왜 이리 힘든 것일까.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12. 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