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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이전 집중확산뿐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 류동길
	2003-11-25
충청이전 집중확산뿐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신행정수도 이전 이렇게 본다 - 반대 말이 안될 것 같아도 반복해서 들으면 귀에 익게 되고 기정사실화 되는 경우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이런 경우 아닐까.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유세과정에서 불쑥 제기한 공약이었다. 많은 국민은 그 공약은 공약일 뿐 결코 성사될 일이 아니라고 여겼는데 국회에 는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 법안을 효율적으로 심의하기 위한 신행정수도건설특위 구성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충청권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고 이 문제가 총선(總選) 표와 연계돼 다루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 `신행정수도`의 성격이 애매모호하다. 신행정수도에는 행정부 외에 국회와 사법부, 외국 공관까지 옮겨간다고 한 다. 이것은 `수도 이전`, 다시 말해 천도(遷都)다.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이 라고 애매모호하게 말할 게 아니다. 둘째, 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 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지역 균형발전이 안 되는 것은 마치 비 오는 날의 교통사고처럼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런데도 수도 건설로 대처하려고 하니 문제를 제대로 풀려는 것인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50만명을 수용할 수도를 건설해 현재의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한다는 건 무리다 . 충청권에 수도를 건설하면 다른 지역이 고르게 발전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충청권은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수도권의 확산을 가져올 게 뻔하다. 지 역 균형발전은 중앙권력의 지방 분산, 지방교육 여건 개선 등으로 접근해야 한 다. 셋째, 임기 5년의 정부가 2030년까지 건설할 대사업을 국민의 합의 없이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국은 대통령 선거공약이었으니 이미 국민의 합의 를 얻은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국민들이 그 공약 때문에 표를 준 것이라고 단 정하는 건 억지다. 그 공약은 수많은 공약 중 하나였다. 공약은 물론 중요하다 . 하지만 실현 가능성도, 자원은 한정돼 있다는 사실도 고려하지 않고 표를 의식해 온갖 것을 묶어 화려하게 포장하는 게 공약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공약을 내세우려면 행정수도 이전 이외의 공약, 예컨대 `7% 성장 달성` `새만 금사업 계속` `야당 대표와 회동 정례화` `기업관련 규제 전면 재검토` 등에 대해서도 어떤 설명이 있어야 한다. 헌법 위반이라고 하는 데도 대통령은 재신임을 국민에게 묻겠다고 했다. 수도 이전과 같은 중대한 문제야말로 국민투표에 부칠 일이다. 비록 국회에서 특별 조치법이 통과되더라도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행정수도 이전과 수도 이전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넷째,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당초 4조~6조원이면 된다던 계산이 이제 와서 45 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는데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그러면서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우긴다. 경부고속철도 건설비가 늘어난 것을 보더라도 앞으로 몇 배 더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건설비 중 정부 예산에서 지출되는 건 얼마 안 되는 11조원이고, 나머지는 민간 자본이라고 한다. 정부 돈이든 민간 돈이든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이다. 우리는 지금 이런 돈을 쓸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지구촌 경제시계는 빠르게 돌아가는데 지금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꺼져 있다. 사람도 기업도 한국을 떠 나려고 한다. 무엇 때문일까. 다섯째, 통일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통일에 대비하거나 수도권 안보를 챙기고 있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충청권에 건설할 수도가 통일한국의 수도로서 적합할까. 수도건설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아니라 국가의 천년대계(千年大計)라고 해도 좋을 중대사다. 중국의 산샤(三峽)댐 건설은 구상 70년, 조사 50년, 측량 40년 , 논쟁 30년 끝에 1992년에 착공했다. 그런 흉내는 내지 못하더라도 수도 이전 과 같은 중대사를 제대로 토론도 거치지 않고 국민의 합의도 얻지 않고 기정사실화 해서 어물쩍 밀어붙일 수는 없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수도 이전 백지화다. 그럴 수 없다면 국민투표에 부쳐 라. 물러설 줄 아는 것은 대단한 용기요, 지혜이자 지도력이다. 류동길 (숭실대 경제학 명예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3. 11.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