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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포용’ 검찰몫 아니다 - 제성호
2003-10-22
송두율 ‘포용’ 검찰몫 아니다 서울지검 공안1부는 21일 ‘경계인’으로 자처하는 재독 학자 송두율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죄 혐의로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 특수탈출, 회합통신의 죄목이 적용됐다. 명백히 실정법에 저촉되는 친북적 행태가 드러난 이상,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간 검찰이 보여준 태도는 지나치게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송두율씨 처리와 관련해 지난 13일 국회에서 “한국 사회의 폭과 여유와 포용력을 전세계에 보여주도록 원숙하게 처리해 달라”는 주문성 발언을 한 때부터 검찰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빛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피의자를 9차례나 소환조사를 하고 구체적인 범법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구속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국가보안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다른 사람에게도 과연 그렇게 했을까. 십중팔구(十中八九) 아니었을 것이다.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제시한 이유는 “사안이 중대한데다, 반성의 빛이 없고, 여러 정황상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간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가운데서도 ‘반성의 빛이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의 뜻’ 부재가 구속영장 청구 및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그 동안 ‘송두율 봐주기’ 차원에서 검찰이 반성문 내지 전향서를 얻어내려고 애를 쓴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안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검찰은 구속영장 신청을 계기로 검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국기(國基)에 관한 사건에 검찰이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검찰이 사법처리의 수위를 결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도 안된다. 분명한 증거가 있는 한 어디까지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더욱이 송두율씨의 처리는 앞으로 간첩 등 공안사범의 처리에 새로운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순수한 법적 잣대로 접근, 공정한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과거에 중형으로 처벌됐던 공안사범들과의 형평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유념해야 한다. 한편 정치적 포용력의 발휘는 검찰의 몫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정상참작 여부는 법원이 선고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판단할 것이다. 또한 사법처리가 끝난 후 사면·복권 등 대통령이 정치적 온정을 베푸는 것이 현행 법상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실시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은 포용력 발휘의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튼 송두율씨의 사법처리가 지연되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남남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송두율씨의 사법처리를 색깔론으로 덧씌우려고 하거나 냉전적 대결의 자세라고 매도하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을 봐주는 것이 탈냉전적 자세도 아니고, 그것이 남북관계 개선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국가의 정통성과 나라의 기본을 허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다. 더불어 송두율씨의 조선로동당 가입과 반국가적 친북 활동이 해외에서의 민주화 운동 경력으로 덮어져서는 안 되며, 또한 미화돼서도 안 될 것이다. 송두율씨의 행적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신념과 정치적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그를 분단의 희생양인 것처럼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관심은 송두율씨의 진정한 귀국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에 쏠려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학 강단에 섬으로써 남한의 학생사회와 접촉하는 ‘면’과 ‘공간’을 확보하여 ‘좌파’ 세력에 합류하는 한편, 드러내 놓고 북한의 대남 통일전략에 영합하는, 합법적인 친북 활동을 하려 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진정한 참회와 전향서 작성 요구를 거부하는 행동이 그래서 일말의 불안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송두율씨가 행한 과거의 범법 행위를 사법적으로 엄단하는 것만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정원 등 관계기관은 송두율씨의 귀국 추진 배경과 경위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의 활동을 면밀하게 추적, 국가 안보에 빈 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10. 22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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