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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재신임' 진의는 - 김석준
	2003-10-13
'대통령 재신임' 진의는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와 관련하여 재신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취임 이후 취약한 국정운영 능력을 도덕성으로 버티던 노 대통령이 그것마저 측근들의 비리와 대선자금문제로 와해되면서 비장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재신임 방안이 난국타개의 방안으로 얼마 전부터 거론되고 탄핵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막상 재신임문제가 공식화되니 놀라울 뿐이다. 아세안 국제회의에서 귀국한 직후 국내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고서 나온 발언인지를 의심케 한다. 많은 국민들이 놀랐을 것이다. 북핵, 청년실업, 경기부진, 부동산시장 불안, 이라크파병문제, 송두율 사건을 둘러싼 남남갈등, 언론기관간 갈등 등 숱한 난제들이 산적한데 대통령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기보다 자신의 문제로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할 정도가 된 현실을 원망할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적인 에너지가 낭비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의 재신임문제는 심각한 정치적 사건이다. 내년 4월이면 자연스럽게 대통령과 각 정당들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하게 된다. 그 때까지 대통령이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다고 판단한 만큼 노 대통령이 난처한 입장에 몰린 것이다. 우선 왜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는지 그 진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국민들의 무관심과 반대세력 제압 및 책임추궁의 회피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더 큰 화를 자초한다. 그럴 경우라면 스스로 자진 철회해야 한다. 그 대신 신당창당과 정치개혁작업을 주도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당당하게 그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에 의한 책임정치의 모습이다. 직접 국민을 상대로 재신임을 묻고자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발적인 행동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그래도 재신임을 꼭 받겠다면 헌정질서에 따라 조속히 마쳐야 한다. 국민투표 또는 국회의결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공론조사라는 임의 방법에 언론기관이나 시민단체들을 동원하여 여론몰이를 한다면 더 큰 재난을 불러온다. 30% 수준에 있는 지지도를 50%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무리한 수단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소수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대통령 구출작전’에 나선다면 소수인 그들은 더욱 강도 높은 여론동원 수단을 쓸 것이다. 그럴 경우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균열과 바람몰이가 온 나라를 삼킬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국정을 바로 운영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라. 386운동권 참모들을 내치고 전문가들로 물갈이하라. 내각도 일대 쇄신하여 해임 건의 후보인 문제 있는 각료들을 국민적인 신뢰를 얻는 경륜을 지닌 국가적인 인재들로 교체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라. 이라크 파병, 경제살리기, 북핵 등 국가적인 현안들을 원만하게 처리하여 다수 국민은 물론 우방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 그런 일련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도록 하라. 그것이 혼란한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노 대통령 스스로 국정운영의 능력과 도덕성이 없으면 자진 사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애국의 길이다. 낮은 지지율을 뻔히 알면서 재신임을 고집한다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재신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정이 멈추지는 않아야 한다. 촌각을 다투는 치열한 국가경쟁상황에서 우리만 멈추고 있을 수 없다. 재신임 받을 동안 국무총리가 중심이 된 내각이 국회와 협력하면서 주요 국정현안을 미루지 말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최고의 국가적인 전문가들의 협조가 필요한 국가위기상황이다. 여야를 초월하여 모든 국민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할 때이다.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대통령직은 작동해야 한다. 金錫俊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3. 10. 1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