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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8년까지의 사회보장정책 비전과 정책과제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최근 심의 의결했다. 이번에 확정된 계획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 마스터플랜이자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장 큰 난제로 지목되던 기초연금이 지난 7월부터 지급이 시작된 시점에서 모든 계층, 전 생애에 걸친 보육, 교육, 고용, 주거, 의료, 소득에 대한 국가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번 사회보장기본계획은 2010년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복지논쟁이 총선과 대선 과정을 거쳐서 현실적으로 수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복지 키워드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김영삼 정부의 국민복지기획단 보고서 이래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 노무현 정부의 참여복지,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 등 지난 정부의 복지정책의 기본 틀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국ㆍ공립 어린이집의 단계적 확충,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 증원,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행복주택 공급 등을 통한 주거안정, 노인 일자리 확충 등 노인생활 환경 개선, 청년 취업률 제고 및 여성 경력단절 문제 완화와 정년연장, 근로장려세제 등을 통한 취약계층 자립 지원 등 맞춤형 복지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또 유사ㆍ중복사업을 조정하고 부정수급 조사 및 예방사업을 강화해 복지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재정안정화, 주민센터 개편과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확충 등 전달체계 개선도 추진된다. 이런 계획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경제성장 중심에 밀려 있던 국민행복지수가 한층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보장기본계획이 실행되자면 향후 5년간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316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과연 이만한 재원조달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해 우려가 있다. 지난해 발표됐던 공약가계부 예산(135조원)보다 훨씬 더 늘어났기 때문에 이런 의구심은 더 증폭됐겠지만, 공약가계부 예산은 순증액을 계산한 것이고, 이번 계획에 필요한 예산은 소요예산 총액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기준부터가 다르다. 더욱이 제시된 계획을 꼼꼼히 살펴보면 재정 측면에서 세부 과제별로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진 듯하다. 따라서 적어도 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원조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지 확충을 위해서는 현재의 재정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 중심으로 복지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직접적인 정부재정보다는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중심으로 국민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조세로 조달해야 하는 기초연금,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등의 재정지출도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세 등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마냥 지체해서는 안 된다. 사회보장을 위한 재원마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노동분배율의 개선을 도모하고, 기업과 가계의 성장의욕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초고령사회에도 지속가능한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 사회보장기본계획이 국민의 관심을 충분히 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원인은 이 계획이 관련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작성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고, 초안을 수정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재원 조달 한계 등으로 다양한 복지수요를 모두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복지증진과 사회안전망을 창출하는 큰 틀의 그림이 완성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14. 9. 2 기고
<원문>http://www.hankookilbo.com/v/5378780145a84f549c7c662e4cd7ff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