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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이에 따라 적합업종을 재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업종을 선정, 대기업에 진입 자제, 확장 자제, 사업 축소 및 사업 이양을 권고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확보해 주는 제도다. 제도 자체가 실패한 것으로 밝혀진 고유업종 제도와 유사해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도 동반위가 재지정 및 신규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적합업종 제도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준다. 어떤 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특정 사업자가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시장 공급이 감소하고 가격은 상승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기업들은 적합업종 지정 전에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다가, 지정 이후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챙긴다. 그러나 문제가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생산비용이 높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다른 기업들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시장에서 사랑받던 기업은 규제로 성장이 막히고, 그 자리에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활동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급 증가로 기존 기업들도 이익을 보지 못하고 ‘제살깎기’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또한 사업체의 수는 증가하지만, 시장 수요는 정체되면서 사업체는 영세화된다. 장기적으로 영세화된 기업은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 어렵다. 또한 대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확대시키고 이를 이용해 중소기업들도 동반성장하는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기업들이 영세화되고 시장도 침체돼 혁신 역량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시장도 해외 기업에 의해 잠식된다. 이미 영세화된 국내 중소기업들은 수입 증가로 더욱 심각한 경영 압박을 받게 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동반위가 특정 업종에서 대기업의 기업 활동을 배제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한 정책이지만, 이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침해되고, 지정된 업종의 영세화가 진행되며, 경쟁력 악화로 수입이 증가해 중소기업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욱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적합업종 제도의 운영에도 허점이 많다. 우선 업종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서비스 업종과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업종이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의 영업 활동을 제한하더라도 그 혜택이 특정 중소기업에만 돌아가고 대다수의 중소기업에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시장이 장기적으로 침체된 경우 대기업에 확장 자제를 권고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담합 상태를 조성해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업종 선정과 제도 운영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도의 목적이 적합업종 지정 기간에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지만,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마이클 E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쟁을 제한해서 경쟁력을 향상시킨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보호보다는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기술 개발 및 경영 혁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폐해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경영 개선을 위해 적합업종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적합업종 제도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소기업들의 경영이 나아질 수는 있어도 업체 난립과 수입 증가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시장이 지속적으로 보호된다면 누구나 안주할 것이다. 따라서 특정 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 3년 간 운영했는데, 다시 지정해야만 한다는 것은 적합업종 제도가 실패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당초 취지도 달성하지 못했고, 예상과 달리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동반위는 이번에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부작용이 이미 나타난 업종은 단호하게 지정을 해지하고 추가 지정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도 동반위라는 명목상의 민간 합의체 뒤에 숨어 있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제도를 폐지(廢止)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4. 9. 2 시평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902010338371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