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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지 관련 규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올 3월부터 6월 사이 정부의 규제개혁신문고에 접수된 농업관련 규제 건의 316건 중 절반가량인 161건이 농지 규제이고 이중 대부분이 농지보전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농지규제는 정부의 쌀시장 전면개방 발표를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쌀농사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식량안보를 이유로 농지규제는 그대로 둔다는 것은 농업인에게 이중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진흥지역은 1992년 우량농지 보호와 식량 안정을 목적으로 농업 용도로만 사용되도록 토지의 이용과 전용을 엄격히 규제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 경지정리가 된 농업진흥지역은 원칙적으로 해제가 불가능하고 국토계획 및 이용법상 도시계획시설 지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되는 등 농촌지역 개발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적된다.
또한 농지소유를 제약하는 헌법상 규제인 경자유전의 원칙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규제다. 대부분 국민이 농업인이었던 시대에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였지만 지금도 농업인 보호기능이 있는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식량자급에 필요한 규모의 30% 내외에 불과해 농지보호 필요성은 아주 크지만 유휴농지가 여의도의 30배라 하니 규제만 능사가 아닌 것도 분명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분야 규제개혁 추진계획에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집단화된 우량농지와 간척지는 보전하지만 자투리땅 등 활용가치가 낮은 농지에 대해서는 규제를 합리화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농지규제 심사전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농지규제개혁 방향을 제시한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판단되지만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농지규제 완화는 식량자급률 제고 정책과 상충될 수 있고, 비농업인 농지소유는 경제적 효율성 이전에 농지에 대한 오래된 국민정서와 배치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환경 악화 우려도 있다. 그리고 한번 풀린 규제는 원상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하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국가비전과 전략하에서 체계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수출특화 농업전략으로 성공한 네덜란드 사례가 우리와 같은 안보환경에도 유효한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구에 비해서 국토면적이 그리 넓지 않는 독일과 같은 제조업·수출의 강국이 식량자급률 100%를 유지하는 농지정책 비결을 배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실현 가능한 식량자급률 목표 아래 필요한 농지규모 총량을 산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용의주도한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시장개방에도 경쟁력 있는 농지와 그렇지 않는 농지를 구분하고 농지규제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는 농업인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규제개혁을 단순히 돈 들지 않는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제 속에 얽혀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고 이에 필요한 규제해결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있어야 돌파가 가능하다.
농지 관련 규제가 바로 그런 규제다. 농지규제 완화로 이익을 보는 사람에게서 경제적 이익을 환수해서 불가피한 규제로 피해 보는 농업인을 보상하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공익을 위해 희생되는 가치는 정부가 경제적으로 보상하는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규제혁파는 공짜로 이뤄지지 않는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농민일보 2014. 8. 25 칼럼
<원문>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41333&subMenu=articleto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