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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정치자금 모금 창구 악용, 정치자금법 테두리서 정상화시켜야
정치인 출판기념회와 결혼식은 공통점이 많다. 기본적으로 축하하는 자리이며, 초대장이 있어야만 당당히 입장할 수 있다. 봉투에 친분과 성의의 표시로 현금을 넣어 전달한다.
봉투를 받는 측은 봉투에 대해 과세나 신고의 의무가 없고 현금봉투는 일종의 삶의 보너스 같은 혜택이다. 때로는 받은 봉투에 대해 상부상조의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봉투에 대한 사은품(책)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책이 정가대로 팔리는 게 아니라 ‘독자(?)’가 책값을 책정하여 낸다는 것이다. 책값은 신용카드나 수표가 아닌 거의 전액 현금이다. 이렇게 해서 모금된 ‘책값’은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투명하게 정리하여 세상에 알릴 필요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판기념회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하다. ‘적자’라는 엄살에서부터, 몇 천만 원 심지어 10억 대가 넘는다는 소문까지 떠돈다.
수익에 대해 공식적으로 파악할 방법이 없으니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초청장은 정부 관료, 기업체 임원, 동료의원, 지역구 주민, 친인척 등 다양하다. 선거나 국정감사 같은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초청받은 이들은 본인들이 왜 초청받았는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출판기념회 행태도 다양하다. 아무리 무늬만 출판기념회라 할지라도 책을 새로이 출판해서 개최하는 것이 상식이다. 몇 년 전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여 용도 폐기된 책으로 다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 비슷한 지역에서 며칠 간격을 두고 연달아 개최하기도 한다. 심지어 책 내용은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역경을 딛고 국회의원이 된’ 진부한 영웅담이 많다. 그러니 대필의혹까지 합세하고, 책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니 중고 책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다.
그동안 수없이 말로만 개선하려 했던 출판기념회 ‘적폐’를 시정할 수 있는 계기가 온 것 같다. 새민련 신학용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입법로비 창구로 이용된 의혹을 포착하고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돈장사가 되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며 개선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물론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 변칙모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관련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결국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나서지 않으면 정치인 출판기념회에 대한 정비는 불가능하다. 검찰 수사 결과와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맞고서야 ‘중이 제 머리 깎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출판기념회가 편법적인 정치자금모금 창구로 변질된 원인에 대해서도 냉정히 분석해봐야 한다. 국회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치자금제도의 특징은 ‘강력한 규제’와 ‘미흡한 투명성’이 주요 특징이이면서 한계점이다. 즉, 법인‧단체의 기부금지, 정당 후원회의 금지, 기부 및 모금한도의 비현실적 제한 등 강력한 통제장치를 둔 반면 투명성 측면에서는 정치자금 회계보고의 시기적절성, 공개범위, 기간 및 보고의 전자화 등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미흡한 실정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을 실정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리고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는 수익의 상당부분이 지역구 관리에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라도 정치인의 선심성 사업에 대한 유권자 및 지역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일부 의원들은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의정활동비로 사용한다며 당당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은 몇몇 의원들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의정활동을 못할 정도는 아니며, 입법-정책개발비나 의정홍보비 등은 국회사무처에서 지원하는 금액 내에서 사용하고 또 후원금을 쪼개 쓰면 된다.”고 말한다.
의원 출판기념회가 검찰 수사로 다시 한 번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 모두가 편법이라고 말하는 ‘떳다방’ 같은 행사를 합법으로 바꾸는 게 도리다.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이며, 정치인 먼저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
출처 - 미디어펜 2014. 8. 21 칼럼
<원문>http://www.mediapen.com/news/articleView.html?idxno=4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