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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기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는 등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던 만큼 논란도 커지고 있다. 41조 원 이상의 정책 지원 규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사내유보금 과세가 과연 타당한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2% 부족한 계획이라는 평가도 있다.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고, 국가채무도 500조 원을 넘어섰다. 사실 재정정책도, 통화정책도 어느 것도 녹록지 않다. 경제 활성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의 경천위지(經天緯地)가 필요하다.
명량대첩의 가장 중요한 승리 요인은 모든 병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반면 우리의 국가 거버넌스는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다면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탈(脫)권위적 거버넌스를 추진했으나 부작용만 드러났다. 조직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공공부문이 국민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공익(公益) 보호는 안중에도 없이 경영진과 노조가 타협해 공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적 논란으로 상급자가 흔들리다 보니, 하급자들은 복지부동(伏地不動)과 무사안일(無事安逸)에 빠지는 경향도 있다.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부문이 예산을 쓰는 데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외주(外注)로 처리하거나, 선심성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재정 규모는 1997년 100조 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300조 원으로 3배로 늘었다. 또한 같은 기간에 국가채무도 60조 원에서 483조 원으로 8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반면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구분하고, 해야 할 일은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국가 거버넌스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명량대첩에서 또 다른 성공 요인은 혁신 시스템이다. 명량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은 새로운 전술 전법을 통해 보유한 판옥선의 장점을 활용하고, 쇠사슬을 사용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솜이불로 왜적의 총탄을 막고, 신무기로 왜적을 패퇴시켰다.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은 기술 혁신이다. 그런데 이를 위한 우리나라의 국가 혁신 시스템은 정치로 오염되고 부정으로 위태롭다. 최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57억 원을 지출한 ‘4대강 로봇물고기 개발사업’이 개발 목표에 미달했다고 한다. 평가위원회는 개발품이 불량임을 모니터링하지 못했고, 관련 성과로 내세운 특허도 해당 연구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중복 제출된 특허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에 있어서 선정, 평가, 그리고 사후관리 시스템을 재검토해 국가 혁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조급함을 통제해야 한다. 또한 국회의 법률 만능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선조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전투에 소극적이란 이유로 관직을 박탈했으나, 원균이 패하고 나서야 복직시키는 우(愚)를 범했다. 이번 정부의 정책 가운데서 사내유보금 과세도 조급함에서 나온 실효성 없는 정책이다. 임진왜란을 공부하다 보면 조정이 왜 이순신 장군이 자유롭게 활약하도록 놔두지 않았는지 답답함을 느낀다. 지금 정부의 대기업 정책도 마찬가지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법인세 인상에 불과하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한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자금이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도록 한 원동력이다. 주주들이 모든 이윤을 배당받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일자리도 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조급함을 버리고 더 많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적 대증요법이 아니라, 전 부처가 구조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 경제팀이 컨트롤타워 기능을 이용해 여러 가지 정책의 일관성을 제고하고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도약의 기반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4. 8. 5 시평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805010330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