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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국토 침수,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오존층 파괴로 인한 피부질환 등 막대한 피해를 준다. 1972년 로마클럽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가 처음 공식적으로 지적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각종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1997년 12월에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면서 ‘탄소배출권(CERs)’ 개념을 도입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인 국가나 기업에 발급한다. 기업이 할당량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려면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탄소배출권을 상품화해 온실가스 절감 노력과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자 한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호주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탈퇴했고,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감축 의무가 없다. 일본·러시아·캐나다는 이에 반발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1월 예정이던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2015년 1월로 연기했다. 최근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예정대로 탄소배출권 거래제 실시를 고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온실가스 1차 배출권 할당 계획안을 공개했다. 기업이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사거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데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제도 시행으로 기업이 향후 3년 간 최대 27조5000억 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전경련의 분석 보고서를 무시할 수 없다. 2009년의 배출전망치(BAU)를 적용하다 보니 배출허용총량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배출허용총량이 지나치게 낮으면 탄소배출권을 발급 받는 기업이 적어 공급 부족으로 탄소배출권 구매가 어려워진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하기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준조세의 성격을 갖게 된다. 과징금 부담이 커지면 탄소를 배출하는 생산과 고용을 줄일 위험도 있다. 규제를 받지 않는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대처와 온난화 방지에는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만 온실가스를 줄여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환경 모범국의 이미지를 국제 사회에 전할 수는 있으나 지구온난화는 막지 못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 탄소배출 규제 완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앞으로 새로운 기후 체제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서두르지 말고 선진국과 개도국들의 동향을 살펴보며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할 때다.
그래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실시를 고집한다면 제도를 탄탄히 운영해야 한다. 정부 할당량과 업계 산출치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탄소의 직접배출과 간접배출 기준 등 배출 전망치의 산출 근거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도입 초기에는 할당량을 보수적으로 잡아 산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충분한 탄소배출권이 공급돼 과징금이 일상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탄소배출량이 소수의 기업에 집중돼 탄소배출권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므로 유동성 공급과 거래활성화가 뒷받침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국내 경기는 고비용·저성장 구조로 답보 상태여서 투자와 고용을 촉진할 돌파구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와 산업계가 합심해 경기 진작과 투자·고용 촉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마당에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줘 생산·고용·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은 시기상조다. 그보다는 친환경 기술 개발 투자를 적극 지원해 기업 성장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7. 1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5230103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