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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만으로 부족한 노후소득 보장의 구원투수라고 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은 2005년에 도입된 이래 빠른 속도로 성장해 현재 적립금 규모가 8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177조원으로 추정되는 퇴직금 시장의 48% 정도가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도 퇴직연금이 노후준비자산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1·4분기 중 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의 98%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2%만 연금을 선택했다. 정부는 중도에 일시금으로 찾아 쓰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를 활성화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퇴직하는 근로자들이 당장의 목돈 자금 수요에 밀려 자신의 노후를 위해 비축할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판단되지만 지금과 같이 일시금을 주로 선택하다면 퇴직연금제도는 퇴직금의 사외적립제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퇴직연금제도가 부익부 빈익빈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48.2%로 높아지고 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 퇴직연금 도입률은 77.3%인 반면 중소기업 도입률은 15.3%에 불과하다. 특히 의무 가입하도록 돼 있는 국민연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소규모 기업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은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영세기업 근로자를 위한 퇴직연금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문제다. 운용수익률이 낮은 원인은 자산 중 92.6%를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고 5.9%만을 실적배당형에 투자하는 편중된 운용 구조 때문이다. 주식 등 적극적 투자 비중이 50%를 넘는 호주의 2013년 퇴직연금 수익률이 평균 17.5% 수익을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퇴직연금을 호주와 같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안정적 투자의 필요성이 사적연금인 퇴직연금보다는 좀 더 강조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주식 및 해외투자 등의 비율이 이미 3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퇴직연금의 투자 패턴은 과대하게 소극적이라 할 수 있다.
안전위주 투자는 일차적으로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강한 규제 탓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적립금의 30%까지 주식에 투자 가능하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없고 주식형 펀드 등에 40%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귀중한 자산을 보호하려는 정부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과잉보호에 가깝다.
퇴직연금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가입률이 저조한 중소기업 근로자를 퇴직연금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개인연금과 합해 400만원 수준에 묶여 있는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울타리만 치고 방목만 하는 기존의 정부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육성 노력이 이뤄질 때 퇴직연금이 노후보장 수단의 하나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14. 7. 10 fn논단
<원문>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407110100117080006068&cDateYear=2014&cDateMonth=07&cDateDay=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