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오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된다. 2013년 5월 이후 경제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가 동결돼 있어 금융시장은 이번 금통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2.5%로 동결됐음에도 은행 간 대차시장에서 12개월 만기 단기기준금리(KORIBOR)는 2013년 말 2.78%에서 지난 3일 현재 2.64%로 떨어졌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23%에서 2.80%로 떨어졌으며, 장단기 금리차도 71bp에서 32bp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이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 것은 금융시장이 이미 경기(景氣) 하락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가 2012년 4분기에 저점을 지난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세월호 사건 이후 각종 경제지표마저 떨어지고 있다. 대외 여건 역시 본격적인 경기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7.5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경제의 PMI는 올 2월 수준을 회복한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강력한 경기 회복세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PMI 또한 50.7에 불과해 본격적인 경기회복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통화 정책 당국은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고용도 증가하고 있으나 당분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유로 지역에서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은 하방 위험이 있다. 또한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 개선과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일본도 민간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찾을 때까지 추가 양적완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환경으로 자산시장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상존하지만 당분간 급격한 자금 유출은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절상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이 2013년 말 달러당 1055.4원에서 4일 1008.5원으로 6개월 만에 약 4.4% 떨어졌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우리나라 경기회복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경상수지 흑자는 수입이 감소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다. 2014년 5월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했으나 수출도 줄어 불황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특히 정보통신 기기, 디스플레이 패널 등 일부 주력 산업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이미 환율 하락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세월호 사건 이후 내수가 급감하는 등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 불황 위험이 잉태되고 있다.
단기적 경기 상황뿐만 아니라 구조적 문제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가채무 및 공공기관 채무가 이미 급증된 상태이고 경제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돼 있어 성장동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각종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 압박은 심해지고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한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당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강화해야 한다. 쌍끌이 불황이 잉태된 상황에서 더블딥(double dip)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금리 인하를 통해 가계의 소비 역량을 강화하고 내외 금리 차를 다소 축소시켜야 한다. 또한 유동성 공급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금융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자산시장 정상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정상화해야 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규제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금융기관의 자율적 규제로 전환하는 규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모든 일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경제회복도 모멘텀을 살릴 적기(適期)가 있다. 경제의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내듯이 구조조정 및 규제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해 본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4. 7. 8 시평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708010730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