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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차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저탄소차(車)협력금제도 공청회가 3개 국책 연구기관 주최로 개최됐다. 공동 연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각각 환경부와 산업부를 대변하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은 찬반으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그리고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유치한 입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명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안대로라면 감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부담금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첫 해에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아쉬운 점은 명분을 앞세우며 국민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프랑스는 부담금보다 보조금이 많이 지급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한국은 기존에 전기차에 지급되던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금이 이를 대신하게 된다.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공공 부문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환경부 장관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국회의원들도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선진국처럼 차량 구매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에서 관용차로 소형차나 친환경 차량을 이용하는 장차관은 거의 없다.
지난달 환경부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주무 부서인 환경부 장차관은 전임자가 이용하던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신해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에 에쿠스와 K9을 각각 구입했다. 모두 환경부가 부담금을 부과해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차종들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차량 과소비 해소 등을 외치며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주장하는 주무 장관이 구입할 차량도 아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환경부 장관부터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 경제실장)
출처 - 조선일보 2014. 6. 20 생각해봅시다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19/20140619048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