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기획단을 구성해 검토를 시작한 이후 약 1년이 되는 시점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 이외의 재산인 자동차, 전월세 등에 보험료가 부과되던 것을 일정 소득이 있는 모든 피부양자 및 직장·지역가입자 구분 없이 근로소득 사업·금융(이자·배당)·연금·기타·일용근로소득 등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건보료(健保料)가 있다’는 식의 공평 부과의 원칙이 관철되고 있다는 점에서 건보료의 소득세 성격이 한층 더 강화되는 방향이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만 건보료 부과가 아직도 큰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우리 건보료가 소득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소득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소득 파악이 쉬운 봉급생활자와 단일 제도로 통합 관리하기 때문에 보험료의 형평성 문제가 수시로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이번에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에게도 자동차 재산 등에 대한 부과 기준을 없애려는 것은 자영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소득 파악보다도 부과되는 소득의 범위가 문제다. 현재도 매년 5월에 신고되는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건보료를 추가적으로 징수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가입자 분류 기준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역가입자는 개개인이 피보험자로 관리되지만 직장가입자의 경우 피부양자 개념이 있다. 가족 중심의 보험료 부과 체계가 가지는 의의는 있지만 광범위한 피부양자 정의와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여부 등 자영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이번에 발표된 대안들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이 제시돼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다만, 일시적인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양도소득 50%, 퇴직소득 25%에도 건보료를 부과한다는 것은 이들 소득이 종합소득세 합산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에 문제가 되는 임대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임대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는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건보료의 파급효과는 막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피부양자 자격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노인에 대한 건보료도 근로세대보다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 연금소득이 아직은 낮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일정액 이하의 연금소득에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소득중심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계기로 건강보험공단이 해왔던 자영자에 대한 소득 파악도 국세청에 전적으로 일임하고 공단은 국세청에서 넘겨받은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은 1988년 지역가입자에게 의료보험을 적용 확대한 이후 숙원사업이었고, 박근혜정부의 공약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차대한 과제다. 건보료 부과 체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개편할 때가 됐다. 그러나 부과 체계를 완벽하게 만든다 해도 현재 보험료와 새 보험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보험료가 인하되는 사람은 별말이 없겠지만 인상되는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단계적 이행기간을 설정하는 등 개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사소한 정책오차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의 큰 방향이 바람직해도 시행 과정의 작은 실수가 오히려 정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6. 1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617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