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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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은 3.7%를 제시했다. 원화 여파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견조하고 경상수지는 26개월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문제다. 세월호 영향으로 소비가 가라앉았고 부동산 냉각으로 건설투자는 물론이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연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 혁파도 주춤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는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일본도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큰 문제가 없고 중국 경제도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시경제적 지표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기업 투자를 보면 30대 그룹이 올 1·4분기에 20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보다 투자 규모가 9%가량 증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투자액에서 삼성그룹이 48% 증가시킨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그룹의 투자는 4% 줄고 5대 그룹을 빼면 13%나 감소했다. 외형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경제의 내막을 보면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고전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조차도 최근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보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포석으로서 규제혁파와 경제혁신이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꺼져가는 불씨를 우선 살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기업이나 가계 할 것 없이 성장의 과실을 부동산 중심으로 축적해 왔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버블이 제거돼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소비와 투자 모두가 위축된다. 그리고 부채에 의존한 투자였다면 더 심각하다. 따라서 2·26 대책부터 다시 손봐야 한다. 특히 정상화의 관점에서는 의미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정적 효과를 만든 임대소득세 부과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부동산 과열의 우려가 있다 해도 과감한 투자촉진 대책으로 퇴장하고 있는 자금을 시장 위로 끌어내야 한다.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부작용이 다소 있겠지만 중간 계층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가계부채를 악화시키는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 추세를 보면 부동산시장이 좋아져야 증권시장도 활성화되고 이렇게 되면 소비와 투자가 반등하고 자영업 경기도 살아나게 될 것이다. 경제가 돌아가야 개혁도 가능하다.
한편 하반기에는 쌀 관세화 협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등 시장개방을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약자의 보호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하반기부터는 연 10조원의 지출을 유발하는 기초연금이 시행되므로 고령계층의 빈곤 문제는 부족하나마 일단 숨을 돌렸지만 30대의 보육, 40대의 자녀교육, 50대의 고용불안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고 비정규직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계층을 위한 소득보전대책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때 지역갈등과 계층갈등에 따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대통령의 따뜻한 눈길과 손길이 전 국민에게 고르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14. 6. 12 fn논단
<원문>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406130100119720006994&cDateYear=2014&cDateMonth=06&cDateDay=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