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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계은행은 '세계경제의 구매력 평가와 실질지출 비교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흥미로운 결과를 공개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볼 때 올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가로 부상할 전망이라는 결과였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5년 정도 앞당겨진 것인데 이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6조7349억달러가 되고 미국은 16조6522억달러가 되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800억달러만큼 커지게 된다. 이 분석대로라면 1872년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약 140년 만에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는 구매력 평가 즉 양국간 물가 차이를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물가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상 GDP 수치를 비교할 경우에도 2019년 전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비록 구매력 평가를 반영한 수치이기는 하나 이는 상당 부분 충격적이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혁신국가다. 그런데 신흥국 내지 추격국가로서의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이는 미국의 혁신이 느려진 결과라는 지적도 많다. 앞서가는 최전선의 혁신국가에서 혁신이 발생하는 속도가 줄면서 추격국들이 바짝 쫓아오고 둘 사이의 격차가 축소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추격국들이 이렇게 격차가 축소되는 것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혁신의 속도와 빈도가 느려지고 줄어들면 결국 혁신국가에서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그 여파는 추격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국가에서 혁신과 관련된 투자가 줄어들면 추격국들도 혁신의 스필오버 효과 즉 이전효과를 누리기가 힘들어지고 결국 추격국들의 성장도 정체가 되면서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혁신국의 혁신부진은 추격국의 투자부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이 경우 추격국에서도 투자 기회가 줄어들면서 투자가 부진해지고 경제는 어려워진다. 추격국과 혁신국 모두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면서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침체가 고착화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줄어들거나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상황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우리에게 직격탄을 날리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우리의 경우도 중국의 부상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GDP가 1조달러를 갓 넘은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추격국으로서의 위상에 이상 징후가 발생하고 있고 또한 추격국 그룹 내에서 중국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져 보이고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조선·반도체·석유화학·가전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 당할 조짐이 농후해지고 있는 이 상황은 비상상황이다.
모든 경제 주체가 이러한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분발해야 한다. 경제전쟁에서 중국에 영토를 내주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과거 중국이 공산화되고 발전이 정체된 틈에 경제의 고도성장을 통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금은 중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제 여기서 다시 중국에 밀리면 여러 면에서 대책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격차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 정치권, 국민 그리고 기업부문이 모두 힘을 합쳐 미래를 겨냥한 씨앗을 지속적으로 뿌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14. 6. 12 특별기고
<원문>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406130100119310006993&cDateYear=2014&cDateMonth=06&cDateDay=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