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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매연·소음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에게 있어 농촌은 편안하고 쾌적한 아름다운 자연을 연상시키는 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반드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10만명당 연간 농업인 사망재해율은 125.7명으로 미국(25.1명)·인도(22명)·캐나다(13.7명)·이탈리아(11명)·호주(10.9명)·영국(8명)·프랑스(5.8명)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2012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농기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83명으로 2011년의 45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반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추세인 것과는 대조된다. 농업인들은 농기계 사고 외에도 고된 농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이나 농약중독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호흡기질환·알레르기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늘어나고 뇌졸중·심근경색과 같은 응급환자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응급환자를 위한 농촌지역의 대응 체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도서·벽지가 많은 강원도·충청도·경상북도·전라북도 등의 지역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골든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30분 이내 긴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곳이 허다하다.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가 전국적으로 58개이고 이 중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4곳에 달한다는 통계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전원생활을 꿈꾸고 더 나아가 귀농·귀촌에 대한 희망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해요인은 안심하고 믿을 만한 의료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산재보험에 준하는 농업인재해보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리멸렬한 상태이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취약한 보건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대응은 여전히 하세월이다. 건강보험은 전 국민에 대해 적용하고 있지만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은 봉사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민간 의료기관을 운영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정부가 보건소 및 보건지소 역량 강화와 건강보험 수가 조정 등을 통한 유인책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농촌을 사람 살기에 안전하고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보건·안전·복지 부문으로 나눠 농민의 입장에서 꼼꼼한 점검과 대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가장 큰 문제점은 각 대책이 분절적이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등과 연계한 범부처적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산업적 관점이 아닌 생활적 관점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생산과 생활이 동일 지역에서 이뤄지는 농촌은 산업의 터전인 동시에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임기응변적 대책보다는 농촌과 농민의 미래상을 먼저 구상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비전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근 도시지역과 연계해 광역 생활권 중심으로 삶의 질 개선방안을 구축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고령화 과정에서 늘어나고 있는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의료대책도 긴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새로운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경제성이 낮은 도로 포장과 같은 마구잡이식 개발 예산을 자연친화적인 생활공간 조성 예산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의 마인드가 성장 중심에서 행복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 관건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농민신문 2014. 6. 11 칼럼
<원문>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33023&subMenu=articleto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