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지난 4일 치러진 동시 선거 결과 전국 17개 시·도에서 13명의 좌파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들 중 8명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출신이고 5명은 진보 정당이나 단체에 몸담았던 친(親)전교조 성향이다. 그 결과 7월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718만 명 중 603만 명(84%)이 이들 좌파 교육감의 관리 아래 들어간다.
좌파 교육감 당선 지역에서 이들의 득표율은 30∼40% 정도인 반면, 보수 성향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는 50%를 넘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우파 후보들의 분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미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교육계의 우려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교육(敎育)에 대한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선거 후 좌파 교육감 당선자들이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5대 공동 공약’은 이 같은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5대 공약에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평준화 부활, 대입 평준화,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복지의 확대, 역사 교과서 개정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 이 공약들이 다분히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 한다. 대다수의 학부모와 학생이 교육감 당선자들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얘기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과 인성 함양에 대한 그들의 청사진일 것이다. 그런데 무상급식의 확대나 역사 교과서 개정이 성품 좋고 실력 있는 아이들을 기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명확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무상급식의 경우, 여유 있는 집 자녀들까지도 공짜로 먹인다는 명분 아래 위험하고 낙후된 학교시설 보수, 학습부진아를 위한 지도활동, 교사 연수 등의 중요한 사업들이 축소되는 폐해가 지적되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 이념적 갈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치 않다. 자사고와 평준화에 관한 논쟁 역시 노무현 정권 이래 지속돼 온 정치적 쟁점 중의 하나다. 이러다 보니 벌써부터 일부 학부모들의 볼멘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거창한 구호 내세우지 말고 제발 내 아이 어떻게 길러줄 것인지에 대해서나 고민해 달라’고.
5대 공약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자사고와 교육복지를 제외한 나머지 과제들은 교육감의 업무와 권한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교육자치제 도입 이후 과거 문교부가 독점했던 교육에 대한 업무들 중 많은 부분이 교육청으로 이관됐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부와 교육청 간에는 업무가 분장돼 있으며, 대학정책과 교과서 제작 및 검인정에 관한 문제는 현행법상 교육부의 소관 사항이다. 좌파 교육감 당선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이는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식견 부족이고, 이를 알면서도 고집한다면 이야말로 중앙정부에 대한 정치적 도전이다.
좌파 교육감들이 교육계의 우려와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하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바라면서 특히 두 가지를 당부한다.
먼저, 학교를 보수 대 진보의 정치 이념(理念) 대결 구도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이미 경험했듯이 학업평가나 교원평가 등과 같은 교육에 대한 사안들을 일부 교육감이 나서서 정치 쟁점화하면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몫이라는 점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현행 제도상 교육감에게 부여된 막강한 권한을 신중하게 행사해 줄 것을 당부한다. 교육감이 가지는 권한은 무소불위에 가깝다. 시·도 교육에 소요되는 예산집행권, 교원 및 행정직원에 대한 인사권 및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은 모두 교육감에 속한다.
자칫 좌파 교육감들이 승리감에 도취돼 반대나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마치 혁명의 지도자처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경우 교육지방자치의 민주정신은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6. 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609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