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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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원·달러 환율이 1020.1원까지 떨어져 3월 21일 대비 5.9% 절상(切上)됐다.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기간에 급격하게 환율이 절상되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율의 급변동은 글로벌 금융 환경에 기인한 바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기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 그동안 부각됐던 각종 우려가 해소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이 바뀌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면서 환율이 절상되고 있다.
문제는 환율 절상이 우리의 경제 기초를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경상수지 흑자가 불황형 흑자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월 중 수출은 전년 대비 5.5%밖에 증가하지 못했으나, 수입이 0.2% 감소함으로써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였다. 이는 수입이 줄었다는 점에서 호황형 흑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 경기 상황은 좋아지고 있지만 하방위험(downside risk)이 커지고 있다.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2년 10월에 이미 저점을 통과해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여파 등으로 경기 상승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 6월 전망치에 따르면, 수출·내수·생산·투자·채산성 등 거의 모든 항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市場)에서는 경기 상승 둔화로 거래량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도 기업들의 수익 악화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상승하고 있다. 이는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PER가 상승하는 것과는 달리 부정적인 신호다. 이러한 증시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환율 절상을 기화로 매매차익을 노리고 매도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지나친 환율 절상은 수출 산업을 위축시키고 성장동력을 훼손한다. 이로 인해 그 악영향이 국내 전반에 파급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경제의 상황이다. 그리고 엔고에 의한 저성장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아베노믹스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의 상황보다 더 위험하다. 노동시장의 낮은 생산성, 고비용 정치체제, 저효율 거버넌스가 민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나눠먹기식 경제체제를 지탱해준 국가채무와 가계부채가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당국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지난 1년 간의 금리 동결 정책의 한계를 직시하고 하방위험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구해야 한다. 지나친 환율 절상을 억제하면서 내수 침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적인 금리인하 등 충격요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격정책과 함께 근본적인 개혁(改革) 정책을 펴야 한다. 정치적 구호에 의해 마련된 규제, 행정 편의에 의해서 도입된 규제 등 불필요한 규제들을 철저히 파악해 개혁하는 규제 완화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와 부패 척결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와 준조세를 철폐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 체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정책 입안 때 정책 공조를 통해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과 규제 완화 정책 및 조세정책 등은 하나의 정책 패키지다. 정책들이 일관된 기조를 갖도록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위해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갈등을 증폭시키지 말고 국가개조를 위한 정책 방안을 도출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기다. 시장 정책은 유연하게, 개혁 정책은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경기가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에 빠지지 않도록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 정책을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4. 6. 2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602010731371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