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실패
관료주의·정부개입에 따른 현상
이젠 만능정부에 대한 믿음 버려야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이 연초에 발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경제심리의 위축이 한 요인일 것이다. 그런 심리적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에는 보다 근본적인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20년째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한국경제를 저성장의 덫에 가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실업은 계속 줄지 않을 것이고, 소비와 기업 투자는 계속 침체될 것이고,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경제의 고령화는 이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생산성과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체력이 강한 경제는 외부의 충격이나 일시적 불경기를 쉽게 극복하고 곧 정상을 회복하지만 체력이 약한 경제는 별 것 아닌 외부의 충격에도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 나라 경제의 체력과 자기 회복 능력은 무엇이 결정하며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국가경제도 하나의 생산단위다. 그 나라에 존재하는 생산요소를 투입, 국민이 원하는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분업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수량과 생산되는 생산량의 비율을 생산성이라고 한다. 생산성이 높은 경제가 국민소득이 높은 경쟁력 있는 경제다. 우리가 경제 체질을 강화해서 경제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논리적으로는 간단하다. 투입량과 산출량의 비율을 극대화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요소의 공급과 배분이 시장원리에 따라 유연하게 이뤄져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서 높은 부문으로 이전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경제는 형평과 균형을 추구한다면서 오히려 생산성이 높고 소득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억누르고, 생산성이 낮고 장래성이 의문시되는 부문으로 생산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경제 각 분야의 유연성을 높여서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흡수, 분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경제의 복원력이 살아난다. 지금 국내 노동시장에는 구인난(求人難)과 구직난(求職難)이 공존하고 있다. 일자리를 가진 사람만 보호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생산에 긴요한 자본과 토지라는 생산요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소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회복 능력과 생산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나라경제에는 외환위기와 같은 돌발적인 위기만이 위기가 아니다. 알지도 못한 채 진행되다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 이상 치유가 불가능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1980년대 말 잠재성장률은 8%대였다. 그때는 연 10%는 성장해야 호황(好況)이라고 생각했고, 성장률이 6%만 돼도 불경기라고 아우성치곤 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3%대다. 2030년쯤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1% 미만이 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는 오히려 낙관적 전망에 가깝다.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 전에 잠재성장률이 0%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엔진이 꺼진 뒤에는 이를 되살리기 위해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 이것이 한국경제가 지니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았다든지 연초 예측치보다 낮다든지 하는 것을 놓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4. 5. 2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529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