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6·4지방선거 운동이 22일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공식선거기간 이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정당의 ‘10대 정책공약’ 및 각 후보의 ‘5대 공약’을 게시했다. 정당별 공약은 어느 정도 정당 간 차이가 있는 듯하다. 전통적으로 여당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및 지역개발공약이, 야당은 정권 심판 공약, 그리고 복지 공약이 주를 이루었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중앙당 공약과 공천 받은 지역후보 공약은 거의 차이가 없다. 중앙당 공약에 ‘선거구명’이나 ‘지역, 도시 이름’만 바꿔 지역후보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다. 후보 공약은 중앙당 공약 재탕뿐만 아니라 대선공약 재탕, 이전 선거공약 재탕, 다른 정당 공약 재탕 등등... 재탕, 삼탕 시리즈가 많아 공약집을 읽고 있노라면 금세 지루하고 짜증이 난다.
지역현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공약은 ‘지방 없는 지방자치’의 원인이 된다. 물론 20년이 지난 지방자치가 여전히 성숙되지 못한 데는 제한된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및 조직권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권한 및 재원이 여전히 중앙에 편중되다보니 지방선거 공약재원조달도 상당부분 국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공약재원조달의 주요방안으로 세수의 자연증가분,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증가, 간병보험제도입을 통해 조달한다고 한 것으로 보아 지방선거 공약이행은 지역재정과는 무관함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는 별도로 일찌감치 기초단체장 공천폐지문제로 공방을 벌이던 여야는 결국 교육감 후보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후보를 정당공천을 통해 결정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는 중앙당에서 선출하고 나머지는 지구당에서 선출하였다. 후보에 대한 당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정당공천제의 장점을 살리는 취지는 동의하나, 각 정당의 당규에 명시된 ‘공직후보선출기준’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보다 총선 후보 선출기준을 보는 듯하다.
즉, 당에 대한 기여도, 정체성, 의정활동 능력, 도덕성 등이 주요 기준이며 지역후보만을 위한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 이러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이 선출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44%가 전과자이니, 정당은 범법자들을 대거 포진시킨 셈이다. 전과 내용도 폭력행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국가보안법위반 등이 주를 이뤄 과연 이들이 단체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지방’ 없는 지방선거와 지방자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중앙과 지방 어느 한 쪽의 탓도 아니다. 역대 정부 내내 지방 분권을 외치며 수많은 지원조직을 설치하고 또 이합집산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진정 지방자치에 필요한 법적검토 및 개정, 지방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실질적 대안마련을 소홀히 했다. 논의만 거창하게 하고, 우리 실정과 거리가 먼 선진 해외사례만 실은 자료집을 펴내는 게 주요 활동이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과 중앙정부 관계자들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원인을 ‘무능한 지방자치단체장, 부패한 지방의원, 경쟁력 없는 지방대학, 지방병원...’ 등 ‘지방’에 떠넘기며 ‘지방’을 폄훼-비판함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역주민들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역대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투표율이 현저히 낮으며 심지어 한 언론사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역주민의 96%가 지역구 시의원 이름을 모르며, 주민의 13.6%만 시의회 역할을 안다고 답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 스스로 직접 뽑은 의원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지방의원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고, 어떤 지역현안을 다루고 있는지 알 리가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최선의 일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범죄기록, 체납기록,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공약집을 채운 후보들 가운데 ‘차악(次惡)’을 뽑아야 하는 민주주의의 아이러니를 겪어야 할 듯하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보면 그 중에서도 주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공약, 전문성과 참신함이 돋보이는 후보들이 있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공약평가지표(SMART-PLUS)와 후보 공약들을 부지런히 참고하여 ‘최선’의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
출처 - 미디어펜 2014. 5. 27 칼럼
<원문>http://www.mediapen.com/news/articleView.html?idxno=3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