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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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을 둘러싼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도쿄지점 부당대출 및 비자금 의혹에 이어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국민주택채권 90억 원 횡령, 1조 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 민망스럽다. 이번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수장(首長) 사이에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KB금융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얘기다. 지주회장과 이사회가 전산 시스템 전환을 결정했는데 행장이 이를 거부하고, 상임감사위원이 금감원에 검사 청구를 의뢰했다. 관치(官治)금융을 저지해야 할 금융기관이 조직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세력 다툼에 공권력을 끌어들였으니 아이러니하다.
KB금융에서 지주회장과 행장 간 정면대결 양상은 2009년에도 있었다. 신한금융에서는 2010년 지주회장과 사장, 행장이 법정투쟁까지 간 적이 있다. 우리금융에서도 2012년 지주회장과 행장이 대립한 적이 있다. 지주회장과 행장이 대립하면 내부 임직원의 화합에도 균열이 생겨 회사의 실적은 서서히 망가진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KB금융으로 출범한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두 은행 간 반목과 대립이 간신히 봉합됐는데 실밥 한 올이 풀어지면서 불신과 갈등이 터져 나올까 염려스럽다.
행장과 상임 감사위원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아 감독 당국을 끌어들인 것은 금융지주회사의 취지에 맞지는 않다. 2001년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주로 하여금 경영전략을 수립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며 자회사를 감독하고 관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니버설 뱅킹 서비스의 글로벌 추세에 맞춰 업종 간 칸막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제거해 줌으로써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여신 전문회사 등 자회사들 간의 시너지 창출, 사업 다각화, 리스크 종합관리 등을 기대하기도 했다. 경영진 간 견해 차이를 조율하는 체계를 구축해 생산적 대립과 책임경영의 확립도 주문했다.
그런데 최종 해결사인 주주 집단이 없는 금융 그룹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크다 보니 실질적인 결정은 은행이 다하고, 금융지주는 중복된 결정을 하는 일이 빈번했다. 지주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은행의 부채를 숨기는 등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은행에 끌려간다면 비용만 지출하는 군더더기로 전락하게 된다. 행장이 지주회장에 맞설 수 있는 구조에서 ‘관피아’도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흔드는 데 한 몫 했다. 금융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주주가 없다 보니 정부가 비공식적 방법으로 이사와 경영진을 임명하는 관행이 고착돼 왔다.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정부가 순수 민간 금융회사의 지주회장과 행장을 각기 다른 채널의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 두 수장은 조직 장악을 위한 세력 겨루기에 돌입한다.
금융이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금융 그룹 내부의 갈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안별로 불거져 나오는 잡음을 없애기 위해 금융 당국은 지배구조를 비롯, 금융지주회사 제도의 문제점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지주와 자회사의 임무와 권한을 명확히 정리하고, 책임을 확실히 부과하는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주와 은행의 중복되고 이원화된 의결기구는 상위기관인 지주로 통합하는 한편, 지주에게 자회사 관리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지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지주가 금융 그룹의 사족(蛇足)이 되면 은행과 통합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치금융의 폐해(弊害)를 차단하는 일이다. 금융 그룹이 자체적으로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5. 23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5230103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