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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세월호 참사(慘事)가 발생한 지 꼭 한 달이다. 그런데 지난 13일 서울 강남 코엑스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에서 실시된 화재 대피훈련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잘 보여준다. 두 건물 입주사 전체 직원 9000여 명 중 26.4%인 2380여 명만 훈련에 참가했고, 대다수 입주사 직원들은 대피 안내방송을 듣고도 하던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또 일부 직원은 훈련 상황을 배경으로 기념촬영까지 했단다.
이번 대피훈련에서 입주 업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은 그동안 훈련이 무성의하게 진행됐다는 반증이다. 또 지하철 긴급 대피 훈련이나 민방위훈련, 재난대비훈련 과정에서 시민들이 무심하게 반응했던 이유 역시 그동안 훈련을 담당한 기관들이 얼마나 시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실적 채우기 훈련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이제까지 진행된 재난 및 사고 대비 훈련 과정에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각종 재난안전 대비 훈련에서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이처럼 저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 중 질병재해를 제외한 사고 재해자가 8만4000명을 넘고 근로자 1만명당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0.71명으로, 0.22명 수준인 일본이나 0.18명 수준인 독일보다 4배에 가깝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일반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갖가지 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안전(安全)’을 위해 시민들에게 위험 요소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대응해 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같은 논리로 산업 현장에서의 위험 요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민간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그 위험에 대해 충분히 알리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재해에 대비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이들을 위험지대에 방치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대형 재난사고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1차적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음을 분명히해야 한다. 오히려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신고자가 일반 시민들이었고 최근 서울시 지하철 신호기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 때에도 최초 신고자는 일반 시민이었다.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대형 재난사고와 대응 과정에 비춰볼 때 적어도 ‘안전’ 문제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은 신뢰를 잃었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에 관한 한 남은 주체는 시민뿐이다.
우선, 시민들은 정부로 하여금 주변의 각종 위험요인들을 적극 알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지침과 방안을 마련토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정부와 기업으로 하여금 사고 및 재난에 대응한 실질적인 훈련과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민방위훈련을 비롯한 각종 재난대응훈련 및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 교육과 훈련을 ‘실적’ 위주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안전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또 하나, 시민들 스스로 ‘안전의식’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민들이 먼저 우리 주변의 위험 요인들을 발굴하고 제거하려고 노력한다면 정부와 민간기업들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위로 인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젠 대한민국을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시민들이 나설 때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정부개혁연구소 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5. 16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5160103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