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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 산후조리원 신설 공약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 3월 송파구가 공공 산후조리원을 개원하며 '반값 산후조리원'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산후조리원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다. 외국은 대부분 산후조리 전문 인력들이 출산 가정을 방문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관리한다. 영국의 지역 조산사, 프랑스의 사주팜(sage femme)이 그렇다. 한국도 2006년부터 산모·신생아 도우미 파견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 배우가 산후조리를 위해 한국으로 원정 출산을 올 정도로 한국의 산후조리원은 인기를 끌고 있다. 2주간 200만~300만원 정도지만 지역에 따라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산후조리원은 '필요'보다 '욕구'에서 파생된 상품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산모 체형 관리(83.4%), 마사지(82.6%), 피부 관리(72.1%), 신생아 관리(71.1%) 순이다. 신생아보다는 산모를 위한 공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생아의 입장에서는 산후조리원이 반갑지 않은 공간이다. 신생아들이 한곳에 모여 있고, 직원을 비롯해 많은 이용자가 출입하는 시설이라 교차 감염의 우려가 높다. 로타바이러스, 폐렴, 호흡기 질환 등에 감염되는가 하면 심한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여성의 몸과 건강, 그리고 신생아의 생명이 지나친 상업주의의 희생양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산후조리가 산모 건강과 저출산 대책의 일환에서 중요하다는 점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정된 예산으로 더 효율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설을 만들고, 로또에 당첨되듯 극소수만 반값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게 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 있다. 몇 만원 정도의 본인 부담금만 내면 이용이 가능한 산모·신생아 도우미 파견제도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 50% 이하인 경우만 이용 가능하다. 일부 자치구는 예산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다. 정부가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공공 산후조리원 신설과 같은 공약보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산모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훈 (바른사회 경제실장)
출처 - 조선일보 2014. 5. 14 발언대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14/20140514048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