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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없는 안행부 ‘대책’없는 대책본부... 개방직 민간에 대폭 개방해야
많은 나라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운용되는 것은 자유경쟁을 통해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체제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우리는 경쟁한다. 대기업도 서로 경쟁하고, 중소기업도 경쟁하고, 재래시장의 콩나물, 건어물 가게도 서로 경쟁하고, 학생들도 학교에서 경쟁하고, 사회에 나가면 취업전선에서 경쟁한다. 심지어 필자가 몸담고 있는 시민단체도 경쟁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그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만다. 그러니 경쟁은 일종의 생존 원리처럼 됐다.
그러나 유일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이 있다면 ‘(행)정부’일 것이다. 물론 공적영역을 사적영역과 동일시하여 단순 비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파산이 없는(일부 국가는 실제 파산하기도 함), 아니 ‘파산을 모르는’ 정부라는 직장에 다니는 공무원들에게 경쟁은 딴 나라 사람들 이야기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평생 단 한번만 경쟁하면 그 다음부터는 별천지다. 시간이 지나면 근속승진에 호봉은 차곡차곡 쌓이고, 업무가 조금 지루할 만 하면 순환보직으로 새로운 업무환경을 접할 수 있으며, 비리나 부도덕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 한 무능하고 게으르다는 이유로 잘리는 공무원은 없다. 아니 자를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즉, 능력 없어도 출퇴근 잘하고 제때 결재 올리고, 보고하고, 민원에 친절하며 자리보전 잘하면 정년까지는 무난하다. 심지어 어떤 부처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결재상신 개수를 집계하여 성과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니, 실무 능력보다는 문서 잘 꾸미는 탁상행정의 달인이 능력 있는 공무원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한국 관료제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일찍이 막스 베버(Max Weber)가 관료제의 역기능- 관료제도의 형식주의(red tape), 수단과 절차의 목표화, 할거주의(sectionalism), 무사안일주의 등-에 대해 역설하면서 예견한 내용들이다.
여기서 소위 ‘정부실패’와 ‘시장실패’를 논하자는 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그동안 변죽만 울리던 정부 조직의 비효율성, 무사안일주의 등이 기업윤리, 직업윤리, 개인윤리와 동시에 무너지면서 선진강국으로 도약하려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후진국으로 강등한 현실에 대한 긴급한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부터 짚고 가보자는 것이다. 물론 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온 나라가 공감하고 있고, 혁명적인 수준의 ‘국가개조론’이라는 처방에 공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특히, 안전행정부는 박근혜 정부 초기 조직개편안의 핵심을 안전에 두면서 재난안전관리를 총괄할 ‘안전관리본부’를 제2차관 직속으로 신설하여, 행정안전부 시절 재난안전실(1실 6과)을 ‘안전관리본부(1본부 3국 6과)’로 확대·개편했다. 조직개편에 이어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재난관리 총괄·조정기능 강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개정했다(2013.8.6). 주요 골자는 재난관리 총괄·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행정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설립하고, 재난현장의 지휘체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재난현장에 현장통합지휘소를 설치, 운영하기 위한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대책은 이뿐이 아니다. 재난 시 민간협력까지도 아우르는 제도적 장치인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러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해 안전행정부는 보도자료(2013.4.8.)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세월호 침몰 사건보다 더 한 재난이 닥쳐도 정부만 믿으면 안전할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재난이 닥치자 마련된 법적, 제도적 장치와는 정 반대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들이 일어났다. 안정행정부는 재난의 초기 단계부터 상황 오판이라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고, 각 부처는 앞 다퉈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세워 피해 가족, 언론, 그리고 일반 국민에 혼란만 주었다. 어디 이뿐인가? 실종자 구조 현장에서는 민관협력은 커녕 대립과 갈등만 키워 사고 수습을 지연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엄격히 따지면 공무원 스스로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으니, 법을 위반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만일 ‘삼성’이나 ‘현대차’에 세월호 사건을 맡겼으면 수많은 희생자의 운명이 달라 질 수 있었을 거라며 안타까워한다. 억측은 아닐 듯하다.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국방부가 각각 ‘세월호 탑승객 구조’라는 사활이 걸린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4개의 기업이었다면 현장에서 우왕좌왕하고, 한가하게 인증샷이나 찍고, 비통함에 빠진 가족들을 옆에서 컵라면 먹고, 구조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작태를 보일 수 있었을까? 이런 기업에 소비자들은 냉정하게 등을 돌릴 것이며, 기업은 자연히 도태 될 것이다.
총체적 난국을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우리 모두가 막막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나야 하고,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 그 변화의 첫 번째 대상이 정부다. 정부가 바로서야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이고, 실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도입 시행해 온 개방형직위 제도를 진단하여 보완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일부 개방형 고위직 제도는 일반에게 완전 개방된 게 아니라, 내부 승진용으로 변질된 경우도 있다. 제도를 보완, 개편하여 전문성이 몸에 밴 인재가 등용되도록 문호를 더 개방하는 것부터 하나하나 바꿔가야 할 때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
출처 - 미디어펜 2014. 5. 6 칼럼
<원문>http://www.mediape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