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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사고 끊이지 않는 금융권
남의 돈 막 다루는 도덕적해이 탓
규정 따르는 자세와 내부혁신 절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규제가 도입되면서 금융산업은 최근 매우 힘든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러나 규제강화는 필히 새로운 문제점을 유발시킴으로써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를 들어 소위 볼커룰의 경우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 규제는 투자은행의 자기계정거래 소위 ‘프롭트레이딩(prop trading)’을 금지하고 시장조성과 헤징은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문제는 자기매매와 시장조성이 칼로 무 베듯 정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프롭트레이딩이란 금융기관이 고객의 예금이나 신탁자산이 아닌 자기자본 또는 차입금을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통화, 옵션, 파생상품 또는 그 밖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매도물량과 매수물량이 잘 균형을 이루면서 적정한 가격에 지속적으로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시장에 충격이 오면서 매도 호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할 때 투자은행 중에서 어떤 은행은 이를 좋은 기회로 보고 자기매매를 통해 매물을 사들일 수도 있다.(볼커룰이 없는 경우)
물론 이런 거래는 자기이익을 위해 거래를 하는 자기매매에 해당한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이런 거래가 일어나면 시장에서 급성매물이 소화되면서 가격 폭락이 방지된다는 점이 존재하므로 자기매매에는 시장조성 기능이 내재된 면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축소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했을 당시 자기매매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금리 상승우려와 함께 채권가격이 크게 하락을 했지만 매수세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하락폭이 더욱 커진 바 있다는 지적이 여러 군데에서 나오고 있다. 자기매매 금지가 결국 시장의 변동성을 늘이면서 불안감이 커지게 만드는 부작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젤3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 조치 등으로 인해 자기자본요건이 강화되면서 일부 대형기관들이 자기자본이 많이 소요되는 이자율스왑이나 이종통화스왑 거래를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이 우리 시장에서 철수를 하는 등 부정적인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내소득과 무역 면에서는 세계 순위에 들어가지만 글로벌 금융 측면에서는 포기해도 좋은 수준의 낮은 비중을 가진 국가임이 확인되고 있다. 작은 움직임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보다 큰 움직임의 서막은 아닌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부분이다.
글로벌 위기의 여파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지금 위기의 후폭풍은 금융산업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위기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금물이다.
또한 위기로 인해 조성된 금융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담보해내면서 위기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좀 더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규제강화의 움직임과 완화의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 중인데 이러한 두 흐름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도록 다양한 논의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이데일리 2014. 4. 29 목멱칼럼
<원문>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A21&newsid=02840486606061040&DCD=A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