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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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냐 하면 소생은 참으로 성실한 편이어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성실하게 불량했고 대학 때는 성실하게 불온하였으며 풍랑 끝에 모난 데가 다 까져 나간 지금은 성실하게 밋밋하다. 그리하여 성실은 소생의 삶의 지표로, 매사에 성실할 것을 항상 일 순위에 두었으며 성실하지 못할까 봐 항시 두려워했고 성실하지 않은 행동을 자책하는 데 성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소생의 성실 지향은 타인에게도 기준이 되었기에 남도 소생처럼 항상 성실하기를 성실하게 권면하였으나 딱 하나 그만 성실하기를 바라는 이가 있으니 북쪽의 성실한 청년이다. 이 성실하게 비만한 청춘은 매번 성실하게 도발적인데 그 성실함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성실함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3년여에 걸쳐 성실하게 도발을 준비, 모범을 보인 바 있다.
뭐 청년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정부는 핵 포기를 전제로 대화를 시작한다. 6자 회담에 나가면 핵 포기가 애피타이저로 테이블에 오른다. 그러나 이는 마치 집에 침입한 강도에게 칼만 내려놓으면 없었던 일로, 잘해주겠다고 회유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 정상적인 강도라면 하던 대로 성실하게 강도질을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타당한 행동이라 하겠다. 그런 이유로 청년에게 그 성실함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청년이 실성하기를 바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청년의 짧은 연수로 볼 때 생물학적인 실성이 찾아오기에는 그 기다림의 세월이 기약 없으니 '대략난감'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청년에게 도발은 단순한 가풍이나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청년에게 그것은 일종의 경제활동이자 외교 행위다. 말은 좀 험악하게 한다. 되돌아올 것이 말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타깃으로 워싱턴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건 대서양에 잠들어 있는 빈 라덴도 웃을 일이다(여보게 젊은이, 그건 좀 어렵다고 보네). 반면 행동은 조심스럽다. 전면전 같은 건 자기도 싫다. 아직도 북한 주민들은 6·25 당시 북한 하늘을 뒤덮었던 미군 폭격기의 악몽을 꾼다. 그래서 적당히 아슬아슬하게 남쪽으로만 도발한다. 본격적으로 화를 내기도 그렇고 참자니 울화가 쌓일 정도로 딱 거기까지만 한다.
포격이 식상한다고 생각했는지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무인기라는 아주 깜찍한 소형 비행기다. 길이 2m 남짓으로 청와대 상공까지 다녀갔단다. 카메라가 달려 있어 처음에는 정보 수집용으로 날려 보낸 줄 알았다. 그런데 분석 결과 1㎏ 정도의 폭탄을 싣고 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폭탄 대신 다른 것을 탑재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60년대 초반부터 화학무기를 개발했고 탄저균, 페스트 등 생물무기까지 배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깜찍이 끔찍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미국에서는 무인비행기(드론)로 꽃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고 아마존도 배송 서비스를 드론으로 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보고 세상이 참 재미있어졌다 싶었다. 갑자기 하나도 안 재미있다. 세상에 세균 '봉다리'를 배송하는 무인비행기라니. 청년에게 적대적 발언을 하는 인사들의 집 주소를 입력해서 날려 보낸다 가정하면 모골 송연 제대로다. 기종은 골동품이라지만 '골통'이 날아가게 생겼다. 70년대에 '산에서 내려오는 저 사람 간첩인지 다시 보자'라는 표어가 있었다. 이제는 '낮게 나는 저 비행기 무인 항공기인지 다시 보자' 구호가 등장할 판이다. 뚱뚱하다고 놀린 거 사과한다. 그러니 이제 미친 짓 좀 그만하고 자기 백성 먹여 살리는 데 성실하면 안 되겠니.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4. 4. 5 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
<원문>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04/20140404029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