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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10년째를 맞았다. 10년간 성과를 살펴보고, 향후 정책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전 세계적인 FTA 지역주의 확산 속에서 우리나라는 1998년 11월 칠레와 FTA를 추진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5년 이상 시간이 걸렸지만 첫 FTA 결실은 이후 우리나라 FTA 정책에 중요한 경험으로 자리 잡게 됐다.
FTA 지각생으로서 불이익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통상당국은 `FTA 추진 로드맵`과 `동시다발적 FTA 추진`을 기치로 내걸고 주요 교역국과 FTA 체결에 적극 나선 결과 9개 FTA를 이행시켰고 미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47개국과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해 FTA 체결국 기준 세계 3대 국가로 발전하게 됐다.
한ㆍEU FTA와 같이 상대국 경제 악화로 인해 교역이 위축된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의 FTA는 당초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수출입 확대 효과를 실현하고 있다. 한ㆍ미 FTA 협정 이행기간(3년째)이 짧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지만 FTA로 인한 농업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다수 국가와 FTA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ㆍ통상 분야별 전문가, 협상 노하우, 협정 관련 정보체계 등을 대폭 확충하게 되었다. 제도적으로는 FTA 추진 절차 규정, 무역조정지원제도 등 피해 산업 대책, 통상협상 자문회의 법제화 등 효과적인 FTA 추진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도 구비하게 되었다.
한편 10년간 FTA 정책 과정에서 나타났던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먼저 정치ㆍ사회적 비용이 너무 컸다는 점이다. 특히 한ㆍ미 FTA 협상 과정에서 정치 논리가 개입해 논란의 본질이 비경제 문제로 변질되어 국론 분열적 양상이 전개된 바 있다.
둘째, 주요 FTA가 체결될 때마다 피해 산업 대책과 함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었다. 한ㆍ미 FTA에서 사실상 우리나라 농업은 전면적인 개방체제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고, 이후 다른 FTA 추진이 결정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농업 분야 FTA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기존 FTA 협정별 지원 내용을 통합하여 농업지원 예산에 대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FTA에 따른 소비자 이익 실현이 더디다는 점이다. 제조업 기반이 양호한 우리나라는 국내 소비 상당 부분이 국산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 이익이 실현될 수 있는 여지가 작은 것이 인정되지만, 그나마 FTA 특혜관세가 적용되는 수입소비재는 독점적인 수입자만이 FTA 혜택을 누리고 있다.
향후 FTA 정책은 체결 건수보다는 질적인 측면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FTA 이익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반면 다수 중소기업과 소비자는 FTA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수출입, 투자, 소비자 이익 등을 종합 판단하여 FTA 정책을 조정하고 추진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FTA 경제이익 중 많은 부분은 규제 완화 등 국내 제도 개선과 맞물려 실현된다.
대표적으로 소비자 이익 실현을 위해 유통체계 개선과 함께 병행수입 원활화를 통해 수입품에 대한 경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 대해 FTA 활용 편의를 늘리고 FTA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FTA 간 내용을 조화시키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구축해 온 FTA 네트워크 효과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4. 4. 22 인사이드칼럼
<원문>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63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