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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힘든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를 사회안전망 확대 차원에서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산재보험 적용을 반대하고 있다. 보험모집인 상당수가 회사가 제공하는 단체상해보험 등에 이미 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도 산재보험법 개정에서 특수직역의 하나인 보험모집인에 대해 산재보험을 가입 조건이 동일한 수준의 단체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결과다.
미국은 대다수 주정부에서 민간산재보험의 선택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공공보험과 민간보험이 서로 경쟁해 근로자들의 혜택을 넓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산재보험으로 보험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른 사회적 위험과 달리 산재위험은 산업이나 작업장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이에 따라 보험료가 산재 발생 빈도나 강도에 따라 금융업의 0.6%에서 광공업의 34%대까지 크게 다르게 부과된다. 또한 산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산재 억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산재는 노사가 협력해서 스스로 예방하고 관리해야 개선될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특히 다양한 서비스산업의 고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사업장에 대해 보험료율만 차등화한 산재보험이 효율적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모든 근로자에게 사회안전망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더 불리할 수 있는 제도를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근로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이 있는 민간보험을 구입하도록 하는 현재의 의무선택(pay or play) 제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산업재해가 심각한 산업 부문에 집중해서 산재율이나 재해사망률을 낮추는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산재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과 사업장의 산재를 관리하는 안전보건공단이 분리되어 운영되면서 보험의 산재 감독 및 억제 기능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금번 산재보험의 개정안 검토에서 산재 억제의 효율적 관리 체계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선진화요, 정상화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4. 4. 22 사외칼럼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21/20140421028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