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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그들만의 카르텔, 정치신인 도전 기회 차단 폐단
박맹우 울산시장 사퇴 지역 여론 들끓어
지난 3월 22일, 울산에서는 박맹우 시장의 사퇴로 지역여론이 들끓었다. 3선의 현역시장이 임기 3개월을 앞두고 이유 있는 사퇴를 했기 때문이다. 7월에 실시될지도 모르는 울산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시장을 3선 쯤 해 보니 이제 무대를 바꿔 ‘중앙정치의 꽃, 금배지’를 달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떠난 자리는 현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꿰 찰 준비를 하고 있다. 현직 시장과 현직 국회의원의 자리 돌려막기나 다름없다.
이러한 현상은 울산지역에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120일 전까지 사임해야 되기 때문에 선거가 60여일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거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울산에 이어 충주에서는 이종배 시장이 사퇴했다.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의원의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일찌감치 지난 해 12월 31일 강원지사에 도전하기 위해 사퇴하였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북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2월에 물러났고, 박완수 창원시장, 박승호 포항시장도 각각 경남지사, 경북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이미 사표를 던졌다.
지방선거 도전 사퇴한 지방공무원 139명이나 달해
현직 구청장들도 ‘자리 갈아타기’에 가세하였다. 이종화 대구 북구청장, 배덕광 부산 해운대구청장은 7월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위해 사퇴를 선언하였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방선거에 뛰어 들고자 사직한 지방공무원은 현재 139명이나 된다.
지방 못지않게 중앙의 현직 국회의원들도 출마 러시에 가담하였다. 광역시도지사직 출마를 선언한 국회의원은 약 24명이며, 이 중 경선을 통과하여 본선에 진출할 의원은 최소 10명으로 예상된다. 중앙으로 진출하고 싶은 지방공무원들에게 7월 재보선은 강한 유혹으로 작용, ‘자리 갈아타기’를 위한 ‘사퇴 도미노현상’을 부른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이다. 더욱이 선출직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중도하차하는 것은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깨는 행위다. 지자체의 경우, 자리를 물러난 지자체장이 추진했던 역점 사업들이 선거를 앞두고 다른 후보자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올 스톱 될 지경에 이른다.
선출직 중도하차는 유권자와의 약속 깨는 것
어느 얼빠진 ‘권한대행’이 당장 도지사-시장-군수가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들은 눈치를 보며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강원도-전라북도는 요직을 맡고 있던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사퇴하면서 핵심 간부가 없는 상황이다. 상반기에 추진하던 각종 사업의 용역결과 발표도 미루고 있거나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다.
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다른 공직자와 달리 선거에서까지 특혜를 받고 있다며 ‘황제노역’에 이어 ‘황제선거’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질 정도다. 우선 선거 90일 이전에 사직해야하는 공무원들과는 달리 국회의원은 현직을 유지한 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물론 지자체선거에 출마하는 의원들은 앞 다투어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회의원 사퇴는 국회 회기가 아닌 경우에는 국회의장 전결로, 회기 중에는 의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사퇴 여부가 결정된다.
국회의원은 현직유지한채 출마 '황제선거' 특혜
그러나 의원직 사퇴가 처리된 적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퇴선언은 일종의 ‘정치퍼포먼스’인 셈이다. 선거 운동하다 또는 경선에서 떨어지면 5월 15일 이전까지만 슬그머니 복귀하면 된다. 국회의원들은 공무원들보다 두 달 이상 현직을 유지하면서 의정활동을 빌미삼아 각종 토론회 개최,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간접홍보까지 할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지자체장 출마를 결심한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겸하는 의정활동이 제대로 될 리는 없지만 세비는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 한 현직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경선기간인 4개월 동안의 세비를 반납한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정치퍼포먼스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국회의원 등에 출마하는 공직자의 경우, 대부분 선거법에서 정한 날을 기준으로 사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임기의 절반 이상은 채운다. 하지만 19대 국회의원은 6월 지자체장에 당선될 경우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면서 국민세금으로 보궐선거까지 치러 자리를 메워 준다. 이러한 특혜도 모자라 지자체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헌 신짝처럼 버리다니...
지역카르텔 형성, 유능한 정치신인 도전 기회 차단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의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의 자리 돌려막기는 사회 엘리트들이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권력을 나눠가지며, 기득권을 지키려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지역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다. 지역 카르텔로 인해 유능한 신인 정치인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역으로 유권자들의 선택도 제한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해결책은 있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심판뿐이다. 일례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중도 사퇴했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총 41명이었고, 당선자는 3명에 불과했다. 또 다시 유권자의 선택이 주목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
출처 - 미디어펜 2014. 4. 12 칼럼
<원문>http://www.mediape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