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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2013년 말 기준으로 596조3000억 원이라는 정부 발표 이후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 개혁이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2012년에 비해 늘어난 부채 159조(兆) 원 대부분은 산정 방식을 국제 회계 기준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2013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산정한 2012년의 연금부채와 비교할 때 늘어난 19조2000억 원은 연금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매년 이만큼씩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연금부채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에 공무원·군인 연금부채가 부각되고 있지만, 사학연금 연금부채도 마찬가지로 늘어나고 있고, 정부부채는 아니라 해도 미래 국민이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부채는 국민연금 현재 적립기금액 430조 원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공적연금부채 전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은 원래 너무 후하게 설계돼 있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9%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14%로 훨씬 높고, 공무원은 민간 근로자와 달리 법정 퇴직금 제도가 취약한 것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공무원 연금 개혁의 기본 방향은 장기적 연금 재정 안정화와 함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금 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과거 여러 차례의 연금 개혁이 충분치 않았던 원인은 당사자인 공무원 등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금처럼 연금부채가 늘어난 것은 공무원연금이 후해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과거 정부가 마땅히 부담했어야 할 것을 부담하지 않고 미뤄 왔던 것이 더 큰 원인이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 성격과 함께 퇴직금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정부는 퇴직금만큼의 보험료는 추가적으로 부담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만약 과거 정부가 그러한 추가 부담을 해 왔다면 공무원연금 제도에도 적립기금이 아직 남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재정(財政) 당국이 단기적인 정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과는 아주 다르게 급여 수준 삭감보다는 보험료 인상에 집착한 것도 패착이다. 연금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급여 삭감이 우선임에도 보험료를 인상해서 급한 연금 재정 소요에 사용하다 보니, 보험료는 국민연금보다 이미 5%포인트나 높게 됐다. 그나마 보험료 인상 효과가 떨어지면 또 추가 개혁을 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의 개혁을 함에 있어 단순히 ‘덜 받고 더 내는’식만으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연금 개혁이 되자면 급여 수준 조정과 함께 공무원 사용자로서의 정부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하기 때문에 연금 개혁을 하더라도 정부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공무원연금 재정 적자 말고도 지출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게 근본적인 한계다. 더욱이 미래로 갈수록 정부 재정은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 현재 정부가 더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제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혁해야만 과거 연금부채 상환에 따라 늘어나는 국민의 조세(租稅) 부담 증가를 용인받을 수 있는 명분이 발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미 공무원연금 등의 제도 개선을 언급한 바 있다. 연금 개혁은 너무 서둘러 졸속으로 해서도 안되지만, 실기(失機)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의 지속 가능한 새로운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할 때가 왔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4. 1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4110107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