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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어머니와 두 딸의 자살, 60대 노인의 고독사, 그리고 50대 부부의 동반자살 등 사회의 그늘에서 생활고로 고통받던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이 한동안 잇달았다. 그들은 집주인에게 월세가 밀린 걸 미안해하며 작은 돈봉투를 남겨 놓거나 자신의 장례를 치를 비용까지 챙겨 놓을지언정 세상에 대한 어떤 원망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암묵적으로 자신들을 외면한 이웃인 우리를, 그리고 사회를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다.
경기는 살아나고 있다지만, 그 효과가 서민층에 확산되지 않아 국민의 체감경기가 엉망이다. 그래선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관심은 지방선거에만 쏠려 있다. 저소득층은 지금의 절박한 생활고를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언제까지 감내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4월 임시국회는 기초연금법안 등의 민생법안을 지금이라도 바로 처리해야 한다. 생활고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끊는 일이 앞으로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정치권은 중산층의 표를 얻기 위한 공약만 남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빈곤층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절망한다. 본격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정치권이 진정으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신경쓰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심리치료가 절실하다.
정부가 제안한 기초연금의 지급액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성숙에 따라 점차 줄어들게 된다. 즉,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테이퍼링’을 전제로 하는 제도다. 국민연금과 연계함으로써 더 절약되는 여유자금은 빈곤층을 위한 지원을 늘리거나 빈곤 노인들을 고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 상정된 기초연금법안(法案)이 완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 제도적 배경에서 보면 차선책은 된다. 우선, 부자 노인들에게까지 기초연금을 주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하는 소득 재분배 기능에 역행하는 일이다. 근로 능력이 있는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것은 근로를 멀리하고 정부에 기대게 하는 유인이 될 수도 있다. 20만 원이 그다지 절박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단지 용돈을 늘려주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
야당은 80%라는 거의 모든 노인에게 조건없이 20만 원씩 줌으로써 차제에 보편적 복지를 모든 복지 분야에 확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벌써 지방선거용으로 ‘공짜 버스’ 공약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면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빈곤층들은 그나마 받던 혜택마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무상급식으로 인해 기존의 복지 예산은 줄고, 초등돌봄교실의 차상위 계층 자녀에게서는 거꾸로 급식비를 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형평성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줄 기초연금을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양보하고, 부유층에게서 급식비를 받아 더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형평성이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빈곤층의 위기는 보다 면밀한 보호와 관심 속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나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비용도 함께 늘려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다르게 선택적 복지는 빈곤층을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2개월 가량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는 지역의 성장과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기초연금과 같은 민생 법안이 선거 이슈가 되게 해선 안된다. 국회는 서둘러 현재의 정부안에 합의함으로써 저소득 노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4. 4 기고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404010737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