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이주열 제25대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취임했다. 이 신임 총재는 한은(韓銀) 64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품과 자질을 검증받았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도 크다. 현재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도약하느냐,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제거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의 크림 반도 사태 또한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의 경제 정책도 또 다른 위협이다. 아베 정권의 환율 정책은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재정 건전화를 위한 소비세 인상도 일본 내수시장을 위축시킴으로써 대일(對日)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 노력 역시 아직은 진행형이다. 보도에 따르면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 중국의 전 최고지도자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규모 반부패 개혁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한다. 중국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중국발 리스크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대내적으로 우리 경제는 언제든지 곤두박질칠 위험에 처해 있다. 199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장년층의 취업 증가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취업자가 늘어났으나 서비스 부문에서 잠재실업도 함께 증가했다. 파행적인 노사 문화로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은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기업이 도산하고, 가계부채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은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과 성장을 조화롭게 추진할 책무가 막중하다.
첫째, 대내외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정책 수단은 금리정책과 같은 보편적 통화정책 수단 외에도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상에서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책 도구들을 포함한다. 더욱이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감독 당국의 규제 차이를 이용하는 금융행위가 늘고 있다. 자산 유동화 기구, 머니마켓펀드(MMF), 사모펀드 등이 은행과 유사한 금융 중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의 효과가 왜곡되고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금융 중개 행위의 부정적인 측면을 제어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자금 흐름의 왜곡을 교정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문제를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를 위축시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측면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다. 자금이 중소기업 및 벤처 기업으로 원활하게 흘러들지 못한다는 측면 또한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기본적으로는 자금 흐름의 왜곡을 교정(矯正)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다. 거시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교정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금융 선진화를 위한 정책 방안 마련도 빠뜨릴 수 없는 책무다. 금융 선진화는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개혁과 개방 그리고 규제 완화를 통해 창의적인 금융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는 한은도 한 축을 형성한다. 선진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의 구축, 개방된 금융 시스템의 관리 및 이를 기반으로 한 통화정책 등은 한은의 몫이다.
소통을 강조하는 이주열 한은 새 총재는 인덕과 경륜,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조 금융을 선도하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4. 4. 2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4020107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