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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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제1 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새 옷을 입고 처음 열린 임시국회인 만큼 국민의 기대 또한 크다. 민생과 국익을 위한 국회가 돼야 한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與野)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버리고 진정으로 민생(民生)과 국익을 먼저 생각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제19대 국회가 개원했을 때 여야는 한목소리로 민생국회, 그리고 ‘일하는 국회’를 약속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했을 때 국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52일 동안 처리하지 않았다. ‘식물국회’를 넘어 ‘식물정부’를 만든 것이다.
국제협약의 발효에 필요한 국내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도 국회는 자신들이 직접 비준한 국제협약의 발효에 필요한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마저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국가 체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핵안보정상회의 전까지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부의 거듭된 부탁에도 국회는 법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방송법과의 연계처리를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로 법안을 결국 처리하지 못했다.
당장 7월 지급이 예정돼 있는 기초연금 역시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어 시행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어떤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이 통과된 후 시행령·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청·접수·자산조사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행정절차상 최소한 4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7월 시행을 위해서는 지난 임시국회 때 반드시 처리됐어야 할 법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처리되지 못했다. 기초연금의 수급을 기다리는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속이 까맣게 타는 일이다.
출범하는 정부의 손발을 묶고, 국제협약의 발효에 필요한 국내법을 처리하지 않아 국가 체면을 손상시키는가 하면 기초연금 제도의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애태우는 국회가 진정으로 국익(國益)과 민생을 생각하는 국회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회가 무기력하게 된 데에는 제18대 국회 막바지에 만들어져 19대 국회부터 적용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 탓이 크다. ‘폭력국회’를 막겠다며 국회법을 개정해 쟁점 법안 처리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5분의 3으로 대폭 높인 탓에 과반(過半) 의석을 가진 여당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法案)도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 합의가 있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돼 있어 쟁점 법안의 일방적인 직권상정 역시 원천봉쇄돼 있다.
여야 간 의견이 다른 쟁점법안은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대 90일 간 논의하고 조정안 의결은 3분의 2 찬성을 얻도록 했다. 의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설사 어렵사리 의결이 된다 할지라도 본회의 상정까지는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 최장 270일(9개월)이 걸린다. 결국 여당이 의석수를 60% 이상 차지하지 못하는 한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구조적으로 그 처리가 불가능하다. 현행 국회선진화법을 그대로 두는 한 누가 여당이 되더라도 식물국회를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될 가망성도 거의 없다.
결국 지금의 제도와 정치적 상황에서는 이번 4월국회 역시 식물국회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임시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길은 국민 여론으로 정치인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거짓 선동이나 과장된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법안의 쟁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쪽의 말이 옳고 어느 쪽이 생떼를 쓰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성숙한 국민 여론만이 국회를 일하게 만들 수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4. 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40101073137191004